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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유물 어디 있어야 맞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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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그리스 아테네의 뉴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은 지난해 6월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파르테논 신전 윗부분 외벽에 있던 부조들을 전시하고 있다. 원래 외벽에 있던 순서와 위치를 재연했다. 이 때문에 전시물은 4개의 면을 둘러싼 띠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부조들은 베이지색을 띠는 부분과 흰색 부분이 뒤섞여 있다. 육안으로도 구별이 될 정도로 두 부분의 색 차이가 크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베이지색 부분은 진짜 신전 부조이고, 흰색 전시물은 모조품이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분을 본떠 만든 가짜인 것이다.

19세기 초 오스만제국(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이 통치) 영국 대사 엘긴 경이 본국으로 가져간 이른바 ‘엘긴 마블’에 해당하는 부분들이다. 전체 부조는 길이가 160m이지만 50m 정도만 그리스가 보유하고 있다. 절반은 영국에 있고 나머지는 유실됐다.

지난해 박물관 개관식에서 당시 총리였던 코스타스 카라만리스는 “파르테논 유물을 가져간 모든 나라에 반환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파르테논 신전의 유물은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덴마크·오스트리아 등에도 있다.

그리스가 대영박물관에 있는 부분을 모조품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은 유물 반환을 거부하는 영국에 대한 항의로 해석되고 있다. 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직원 엘레프테리아 쿠스탄타라는 12일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와서 보고 파르테논 유물이 어디에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1억3000만 유로(약 2000억원)를 들여 만든 이 박물관은 파르테논 신전에서 직선거리로 280m 떨어져 있다. 관람객은 박물관 창을 통해 신전을 볼 수 있다.

아테네=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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