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5000m 이승훈처럼, 이규혁·이강석 500m를 부탁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 이규혁(앞)과 이강석이 지난 12일 훈련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밴쿠버=임현동 기자]

은메달을 따낸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이제 금메달에 도전한다. 16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부터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리는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다. 한국팀에서는 ‘빙속 형제’ 이규혁(32·서울시청)과 이강석(25·의정부시청)을 비롯해 문준(성남시청)·모태범(한국체대)이 경기에 나서 메달 경쟁을 펼친다.

◆이규혁-이강석, 새 역사 다짐=2006년 토리노 올림픽 500m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은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꾸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젊은 패기에 경험까지 쌓았기 때문에 기대도 크다. 대회가 치러질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의 500m 코스 레코드(34초80)를 보유한 이강석은 “기록을 세울 때와 비교하면 빙질이 좋아졌다. 34초6~7을 뛰면 메달권에 들 것”이라면서 “선수촌에서도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고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하고 있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체중도 2㎏ 정도 빠져서 최적의 몸무게인 75~76㎏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규혁은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지난 대회 때는 이강석이 버티고 있는 500m에 아예 출전하지 않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500m에도 도전한다. 2010년 서른두 살인 그에게 밴쿠버 올림픽은 마지막 도전이기에 작은 기회도 놓칠 수 없다. 그는 “최근 스프린트선수권에서 넘어지면서 액땜도 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때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해 중도 귀국했지만 이번에는 폐막식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승부욕 돋우는 빙판 ‘한·일전’=스피드 스케이팅 500m의 라이벌들은 공교롭게도 일본 선수들이다. 빙판 위 ‘한·일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강석은 17조에서 일본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의 간판 가토 조지(23)와 맞붙는다. 가토는 2005년 11월 2005~2006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4초30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일본의 간판 스타. 하지만 이강석은 2007년 3월 세계종별선수권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25를 기록, 가토의 세계기록을 1년4개월 만에 깬 전력이 있다.

이규혁과 맞붙는 선수는 나가시마 게이치로(28)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연습 때 이규혁과 이강석의 랩타임을 점검해 보니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 일본 선수들과 같은 조에 편성돼 승부욕을 발동할 수도 있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제러미 워더스푼(캐나다)을 비롯, 페카 코스펠라(핀란드)·샤니 데이비스(미국) 등이 5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글=온누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