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미·중의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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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의 실업률 10%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 10%는 폭풍우를 몰고 오는 기상전선처럼 상호 충돌한다. 미국인의 포퓰리즘은 중국인의 자존심과 부닥칠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로 달궈진 정치 상황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의 격변을 예고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Pew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44%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을 꼽은 사람은 27%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지갑 걱정을 하는 한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쟁적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11월의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미국 의원들은 10%의 실업률을 안고 있는 나라가 10% 성장률을 안고 있는 나라에 무역원칙 준수와 환율 조작 중단을 설득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유시장에서의 승자인 미국이 왜 더 강력한 보호주의로 무장하려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가속화할수록 무역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높아지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미국의 여야 의원들은 다양한 현안으로 중국에 대한 징벌 조치를 들먹거릴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중국의 타이어와 강관 수출에 대항해 왔지만 올해의 대립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의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 어떤 의원들은 왜 중국의 탄소 배출은 놔두고 미국의 탄소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의무조치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을 표시할 것이다.

전면적 무역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두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판돈이 걸려 있음을 알고 있다. 오바마와 후진타오는 건설적 방향으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상호 비난의 반복으로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곤 장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중국산 수입품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면 상황은 실망에서 격분으로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많은 미국인은 중국의 통화 정책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입장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중국산 제품이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하면 사정이 다르다. 기회주의적 성향의 의원들은 언제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 준비가 돼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은 후보자들이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에 대해 절대다수의 유권자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마지막 선거였다. 점점 미국의 비판에 대해 민감해지고 있는 베이징의 관리들은 상품·용역이나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상호 비판에 대해서도 거래를 하려는 준비가 돼 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정리=예영준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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