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 기술주 울고 싶은 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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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의 첨단 기술주들이 '대수난 시대' 를 맞고 있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하면서 수익이 악화하리란 우려에 따라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투자등급도 잇따라 강등당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20일 정보기술(IT)업체들의 수익 악화 전망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동결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면서 2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이날 178.93포인트(7.1%) 떨어지면서 사상 일곱번째의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2, 332.78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IT관련 제품의 수요 감소 현상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기술주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날개 꺾인 기술주〓메릴린치는 IT기업의 대표 주자 격인 시스코 시스템스.IBM.휴렛팩커드 등의 투자 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칭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통신업체들의 장비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 며 시스코의 중기 투자 등급을 '매수' 에서 '보유' 로 하향조정했다.

시스코의 주가는 12.57% 급락한 36.5달러로 떨어졌다. 노텔 네트웍스.JDS유니페이즈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주가도 각각 7%, 11% 가량 동반 하락했다.

메릴린치는 이와 함께 PC수요 둔화로 IBM.휴렛팩커드 등의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며 투자 등급을 '단기 보유' 에서 '중립' 으로 낮췄다.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회계상 1분기 매출이 30% 감소해 주당 수익이 당초 예상치인 60센트에서 58센트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으며 주가가 14.21% 급락했다.

통신업체의 맏형 격인 AT&T는 실적 부진 등으로 회사 창립 이후 1백여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배당금을 83% 삭감한 3.75센트만 지급키로 하면서 매물이 쏟아져 7.9% 하락했다.

최근 기술주 폭락으로 S&P500 편입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3개 업체는 제너럴 일렉트릭(GE).엑슨모빌.화이저 등 구경제 종목들이 차지하게 됐다. 수위를 다퉜던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4, 6위로 밀려났다.

◇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실적 악화 전망이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어 금리 인하 등 특별한 모멘텀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술적 반등이라면 몰라도 장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UBS워버그의 증권거래인 빌 슈나이더는 "최근 기술주 하락은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 매물 때문" 이라며 "장세가 안정될 때까지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IT업계에서는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가 클린턴 행정부처럼 IT산업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인터넷산업협회(IIA)는 최근 인터넷 산업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IT업체들이 주가하락.자금난 등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디스커버는 미국 기업들의 IT관련 지출 증가율이 올해의 20%에서 내년에는 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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