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문화계 결산] 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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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미술계는 유난히 굵직한 행사와 사건이 많았다. 서울과 부산.광주에서 각각 한차례씩의 대형 국제행사가 열렸고, 북한 미술품이 최초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전시됐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평가가 적잖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전도 많아 '백남준전' '오르세 미술전' '명청 회화전' '전후 추상미술전' '한국은행 소장품전' '이인성전' '음악과 미술의 만남전' 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편 미술협회 내분이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져 세인의 입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 성과 미흡한 국제전=2000광주비엔날레가 '人+間' 을 주제로 지난 3-6월, 미디어 시티 서울이 도시:0과1사이 '를 주제로 지난 9-11월,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이 '波-함께하는 삶' 을 주제로 지난 10-11월 각각 열렸다.

3회 광주비엔날레는 1백14억원을 지출해 모두 61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미국의 아트뉴스 11월호는 "광주의 예산 7백20만달러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8백만달러에 버금가는 규모" 라고 지적하고 "46개국 2백46명의 작가가 참석한 이 행사는 도시적, 국가적, 국제적 기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 평가하고 있다.

'미디어 시티 서울' 의 경우 75억원의 예산을 써서 2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실패' 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명작가들의 명작을 대량 들여왔지만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렵고 미술학도에겐 다 아는 내용이었던 것.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은 13억여원의 초저예산으로 본전시 5만5천명을 포함, 59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하에 '초인적' 으로 전시를 만들어내다 보니 홍보에서 전시장 배치, 작품선정에 이르는 여러 분야에서 흠을 드러냈다.

이들 3개 국제전은 모두 미디어나 설치미술 위주로 진행돼 현대미술의 국내외 흐름을 실감케 했다.

단점은 작품과 행사주제와의 관련성을 알기 어렵다는 것. 미술평론가 강선학씨는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은 동영상과 설치의 혼합으로 요약되는 광주 비엔날레나 미디어시티 서울과 변별이 어렵다" 고 지적키도 했다.

◇ 가까워진 북한미술=지난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세계평화미술제전 2000' 은 북한 미술품이 최초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전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북한의 천재화가라는 오은별씨의 전시도 지난 5월 열렸다.

인민예술가 정창모씨가 8.15 남북 가족상봉단으로 서울 땅을 밟았다. 그는 상봉 기간중에 열릴 예정이던 자신의 개인전 출품작 중 상당수가 위작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북한 미술품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그간의 풍문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 미협내분=한국미술협회가 지난 2월 정기총회 이후 내분양상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박석원 현 이사장에 반대하는 측이 별도 총회를 열고 김선회씨를 별도 이사장으로 옹립한 것. 김씨측이 낸 직무직행 정지 가처분 소송은 기각돼 박 이사장측이 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은 지방회원 참정권 등을 주장하는 김씨측이 우세한 형편이다. 김씨측은 올해 미술대전 심사에도 참여하겠다고 주장해 심사장에는 삼엄한 경비를 세워야 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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