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웬만해선…' 노홍렬 역 맡은 이홍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시트콤은 처음입니다. '다다다다' 하는 대사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랑 비슷해요. "

개그맨 이홍렬(46.사진)의 별명은 '촉새' 다. 인터뷰에 들어가자마자 그 별명이 실감 났다. 하나를 물으면 다음 질문의 대답까지 미리 하고 있었다. 그만큼 순발력이 있었다.

SBS '이홍렬쇼' 와 '최고를 찾아라' 등에서 토크쇼와 MC만 맡아오던 그가 연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콩트식 드라마를 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7년 전이죠. " 때문에 대본을 들고 다니며 대사를 외우는 일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콩트와 또 다르더라고요. 시트콤은 드라마보다 한 템포 더 나가고, 콩트보단 한 발짝 덜 나갑니다." 새로운 경험인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촬영 때도 애드립을 하고 싶을 땐 입 안이 근질근질해요. " 담당 PD도 "여기서 애드립을 치고 싶지?" 라며 놀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연기의 감을 되찾을 때다. "연출자가 의도하는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죠. 그 다음에 애드립도 통하고요. "

연기를 위한 기초공사도 열심이다. "시트콤은 특히 연기자끼리 친해져야 돼요. " 극중 주된 상대역은 노주현과 배종옥.

"노선배님은 아직도 저를 '이서방' 이나 '자네' 라고 불러요. 그냥 '야! 홍렬아' 하고 부르면 좋은데…. " 그래서 소주 한잔 하면서 '선배님' 대신 '형' 이라고 부를 작전을 짜고 있다고 한다.

배종옥씨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쑥쓰러운 표정이다. "나이는 제가 열 살이나 많지만 사실은 배종옥씨가 대학 선배예요. " 고등학교 졸업 14년 만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시트콤도 그렇지만 러브 스토리도 처음이다. "제일 걱정이에요. 아이 참, 이거…, 연기도 잘 안되고, 몰라요 몰라. " 뜻밖이었다.

토크쇼에서 상대방을 마음대로 요리하던 이홍렬이 아니었다. 정말 부끄러워 말까지 더듬었다. 하긴 1978년 산울림의 콘서트 무대에 선 뒤 20년 넘게 상대방을 웃기는 연기만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