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원봉사축제 대상 완도군 '안전점검 봉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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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달 1일 오전 10시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뱃길로 한시간 걸리는 작은 섬 구도. 40t급 완도군 행정선이 고동을 울리며 접근해 '외딴 섬 안전점검봉사대' 대원들을 내려놓자 섬 전체는 순식간에 잔치를 치르는 듯 부산해졌다.

대원 50명은 폐교에 본부를 설치한 뒤 보일러.가스.전기.통신.소방.주방기기.도배 등 분야별로 조를 짜 마을 순례에 나섰다.

전체 주민이라야 27가구뿐. 대원들은 한 집도 거르지 않고 찾아다니며 고장난 보일러.가스레인지.싱크대 등을 수리하고 낡은 전선과 형광등 등을 교체했다.

수도가 새거나 문짝이 흔들리는 것도 일일이 손봤다. 주부 봉사대원들은 홀로 사는 노인들의 집을 찾아 벽지를 새로 바르고 빨래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폐교 운동장에서는 가전제품 수리와 이.미용, 의료봉사 활동이 펼쳐졌다.

대원들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쉴 사이 없이 일을 했지만 예정시간을 한시간이나 넘긴 오후 5시가 돼서야 섬을 떠날 수 있었다.

안전점검봉사대의 토대가 마련된 것은 지난해 11월. 보일러가 고장 나도 고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외딴 섬 주민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완도군측이 보일러 설비업체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군내 10개 보일러 시공업체는 지난 2월까지 11개 섬을 순회하면서 2천여 가구의 보일러를 수리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낙도 주민들이 전기.가스시설 등 불편을 겪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목격하고 종합적인 봉사활동을 군에 제안했다.

완도군 자원봉사센터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봉사대 모집에 나섰고 미용협회.여성단체협의회.전기시설업체.가스설비업체.싱크대 판매점.가전제품 대리점 등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 분야별로 2~5명의 봉사대원이 확보됐다.

이렇게 해서 제7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 대상을 받은 '외딴 섬 안전점검봉사대' 가 정식 발족했고, 봉사대는 한달에 한번꼴로 외딴 섬 50여곳을 차례로 찾아 다니고 있다. 필요한 부속품이나 재료는 대원들이 직접 조달하거나 군의 지원을 받는다.

보일러 설비업체를 운영하는 김영철(44)씨는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즐겁고 보람도 크다" 고 말했다.

차관훈(車官薰)완도군수는 "안전점검봉사대는 민과 관이 자원봉사에서 어떻게 협조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며 "자원봉사자들 덕에 주민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고 말했다.

완도=천창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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