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이모저모] "다시 투표하면 고어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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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승복 연설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당선은 확정됐지만 미국은 아직도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 '오늘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 는 질문에 미국민의 47%가 고어를, 44%는 부시를 찍겠다고 했다.

이는 USA투데이.CNN.갤럽이 연방대법원 결정 다음날인 13일 전국의 성인남녀 6백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미국민의 80%가 부시가 내년에 취임한다면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시가 대통령이 될 경우의 반응은 '실망했다' (34%)와 '기쁘다' (33%)가 거의 비슷했으며, '오싹하다' (15%)와 '화가 난다' (11%)는 반응도 적지 않아 여전히 분열된 민심을 보여줬다.

특히 고어 지지자의 81%는 연방대법원 결정에 반대하고 74%는 불공정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국가 분열을 치료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하며 대선 후유증을 우려했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국가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 란 제목으로 두 후보는 물론 모든 미국민이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혼탁한 공기를 정화하자' 는 제목으로 "국가 단합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이번 대선전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투.개표 제도를 개선하는 일" 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동등권의 승리' 란 사설에서 연방대법원이 내세운 헌법과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국민들이 단결해야 한다며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옹호했다.

○…골수 민주당원이자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13일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모일인 내년 1월 15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항의시위를 벌일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지난 19세기에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옹호한 법원 판결과 다를 것이 없다" 고 비난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4일 대선으로 인한 분열을 극복하고 조지 W 부시 당선자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미국 국민에게 촉구.

영국을 방문 중인 클린턴은 잉글랜드 에일즈베리에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별장에서 미국인들이 보여준 '인내와 열정, 애국심' 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남은 재임 기간 중 부시 당선자가 좋은 출발을 하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클린턴은 "고어 부통령은 우리 모두를 위해 패배 연설을 했으며 그것은 감동적이고 훌륭했다" 고 지적.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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