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졸업생 90%이상 취업시킨 양희옥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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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11월 현재 졸업예정자 46명 중 39명 취업 완료, 3명 추가 취업 예정' .

서울 명문대의 인기학과 얘기가 아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90%를 웃도는 취업률을 기록한 이 학과는 충남 공주시 장기면 금암리에 있는 공주영상정보대 스튜어디스과.

지난해 신설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조그마한 지방 전문대 학과치곤 경이로운 실적이다. 이 학과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상종가를 칠 수 있었던 것은 학과장 양희옥(楊姬玉.39.여)교수의 헌신적인 지도 때문이라는게 주위의 평이다.

평소에는 학생들과 팔짱을 끼고 다니면서 친언니처럼 격의없이 지내는 楊교수는 수업시간엔 학생들이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철저히 가르쳐 졸업생 대부분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출신인 楊교수가 학생들에게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은 '일류의식' 이다.

"이른바 명문대가 아니라고 학생들이 주눅들까봐 걱정스러웠어요. 스튜어디스의 생명인 서비스와 예절만큼은 최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죠. "

그는 1학년때부터 학생들을 '들볶으며' 서비스와 예절을 체질화시켰다. 대한항공에서 직접 실습기자재를 구해와 항공.매너 실습실을 만든 뒤 학생들의 걸음걸이.자세.말씨.복장 등을 비디오로 촬영, 교정해 줬다.

턱을 들고 걷거나 허리.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학생들, 구두소리를 딱딱 내면서 걷는 학생들은 혼쭐이 났다.

머리 염색이나 찢어진 청바지, 반짝이는 메이크 업, 구두 코가 높이 올라간 일명 '마녀 구두' 의 착용도 일절 금지했다.

"서비스란 몸에 배야 하는 것이거든요. 잔소리 엄청했지요. 얼굴이 굳어 있는 얘들은 볼을 꼬집어 주기도 했구요. 아마 원망도 많이 했을 거예요. "

취업철이 되자 楊교수는 만삭의 몸으로 학생들의 영어회화 학원까지 알아보려 다녔고, 면접시험장에 함께 다니면서 손수 메이크업을 도와줬다.

절대 요양이 필요한 출산 직후에도 산후조리원에서 학생들을 위해 기업체에 보낼 공문을 정리하기도 했다.

"35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한 교수님이 아기를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 온돌방에 쭈그리고 앉아 노트북 PC를 치고 계셨어요. 노트북을 올려놓을 데가 없어 쓰레기장에서 사과궤짝을 주워다 놓고 말이죠. 그 장면을 보니 정말 눈물이 왈칵 솟드라구요. "

여상(女商)출신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스튜어디스의 꿈을 이뤘다는 곽경숙(22)씨의 전언이다.

대한항공(8명)과 쉐라톤 워커힐.힐튼 등 특급호텔(14명), 대기업 비서실과 대형 외식업체 등으로 진로를 굳힌 예비 졸업생들은 한결같이 "교수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진정한 일류란 교명(校名)과는 무관하다. 나도 프로가 될 수 있다" 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었다고 郭씨는 덧붙였다.

글.사진=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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