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정상회담 폐막] '슈퍼 EU' 기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유럽연합(EU)의 동구권.지중해 확대를 위한 기구.제도개편 문제를 논의해온 EU 정상들이 니스에서 5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당초 일정을 이틀이나 넘긴 11일 오전 4시30분쯤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합의로 EU는 50년대 6개 회원국으로 출범할 당시의 제도를 손질, 21세기형 EU로의 개편과 28개국으로 회원국을 늘린다는 일정 추진이 가능케 됐다.

최종 순간까지 진통을 겪었던 의제는 EU의 의사결정기관인 각료회의의 투표권 재배분 문제였다.특히 네덜란드.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3국을 이루고 있는 벨기에는 이 지역의 전통적 세력균형이 깨진다며 네덜란드보다 1표 적은 12표가 할당된 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다른 회원국들이 네덜란드의 인구가 1천5백만명으로 벨기에(1천만명)보다 50% 많은 점을 들어 벨기에를 설득, 양보를 이끌어냈다.

이번 투표권 재배분 문제에서는 당초안에서 대국들의 투표권을 1표씩 줄이는 대신 소국들에 1표가 더 많은 투표권을 할당하는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룩셈부르크.핀란드.덴마크 등 소국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통독 후 유럽 최대 인구 국가(8천2백만명)로 부상한 독일은 각료회의에서 프랑스.영국보다 많은 투표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유럽의회 의석 5개를 추가로 얻어냈다.

앞으로 가입하게 될 동구권.지중해 국가들은 인구별로 3표(말타)부터 27표(폴란드)의 각료이사회 투표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국과 소국들간에 이견을 보여왔던 EU 집행위원 수 문제는 회원국 확대 이후에도 현재대로 20명으로 제한하되 각 회원국이 순번제로 집행위원을 배출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 등 EU 4대 대국에 부여된 거부권은 소국들의 연합으로 의결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한 대국들 입장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국은 조세제도, 프랑스는 문화 관련 통상협상, 독일은 이민정책, 스페인은 지역원조와 관련한 거부권을 계속 보유하게 돼 "사실상 내용이 없는 합의" 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EU의 효과적 통합을 위해 회원국 중 '선도그룹' 을 지정, 우선적인 통합을 추진하는 2중 속도의 유럽통합 방안에 대해서도 정상들은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