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孔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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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춘절(春節·설) 대목을 앞두고 중국 영화관에서 ‘아바타’가 내려지고 ‘공자(孔子)’가 오르자 해석이 구구하다. 중국 전통 문화의 상징인 공자를 내세워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항하려는 게 아니냐는 등. 착각이다. 영화 ‘공자’의 제작 동기는 한국이 부여했다.

감독 후메이(胡玫)가 ‘공자’를 기획한 건 2005년 한국에서 ‘공자 조상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데 자극받은 결과다. “공자 전기만큼은 중국인이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역사상 최초라는 ‘공자’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는 무얼까.

공자 역(役)의 저우룬파(周潤發)는 “성인(聖人) 공자가 아닌 인간 공자를 그린다”고 했지만 제목 자체가 ‘성인’ 공자를 지향하고 있다. ‘공자’의 ‘자(子)’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위대한 사람에게나 붙일 수 있는 존칭의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노자(老子), 맹자(孟子) 등.

‘인간’ 공자를 그리려 했다면 제목에 본명이나 자(字)를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공자의 본명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다. ‘구’는 공자의 머리 위 한 부분이 구릉처럼 솟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부모가 니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해 공자를 얻은 까닭이라고도 한다.

‘자(字)’는 주(周)나라 때 귀족 남자가 20세에 이르러 관례를 치름과 동시에 갖게 되는 이름이다. 명·청 시기엔 서민들도 자를 가졌다. 흔히 윗사람에겐 본명을 쓰지만 동년배 이하 사람들에겐 자를 사용했다. ‘중니’의 ‘중(仲)’은 ‘둘째’라는 뜻이다. 공자에겐 이복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尼)’는 ‘니구산’에서 유래한다.

명(名)과 자(字)는 관련성을 갖는 게 많다.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의 자는 ‘연(淵)’이다. 본명 ‘회’가 ‘돌다’, 자인 ‘연’은 ‘빙빙 도는 물’이라는 뜻이다. 제갈량(諸葛亮)도 마찬가지다. 본명 ‘량’이 ‘밝다’, 자인 ‘공명(孔明)’은 ‘매우 밝다’는 의미다. 명과 자의 뜻을 반대로 쓴 경우도 있다. 당(唐)대의 문장가 한유(韓愈)의 자는 ‘퇴지(退之)’인데 ‘유’에는 ‘앞서다’는 의미가, ‘퇴지’엔 ‘물러서게 한다’는 뜻이 담겼다.

영화 ‘공자’가 한국에선 오늘 개봉한다. 성인 ‘공자’를 보게 될지, 아니면 인간 ‘공구’나 ‘중니’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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