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도 코치 강요로 기권" 태권도 승부조작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전국체전 태권도 승부조작 파문이 커질 듯하다.

"코치의 강요로 경기를 포기했다"고 주장한 충북 대표 오명우(22.청주대) 선수가 14일 새로운 내용을 추가로 폭로하면서다. 오 선수는 이날 충북스포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월 대통령기 준결승에서도 코치가 '물려주라'고 해 기권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물려준다'는 말은 거짓으로 부상을 핑계 삼아 기권하는 태권도계 통용어. 그는 지난 11일 광주 대표와의 남자대학부 라이트급 8강전을 앞두고 돌연 기권(본지 10월 13일자 21면)했었다.

오 선수는 "대통령기 때는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여서 코치 뜻에 따랐지만 이번엔 체전 메달을 따야 실업팀에 가는 데 유리해 '경기를 뛰겠다'고 고집했다"면서 "하지만 코치가 못 뛰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윗선에서 조율이 다 끝나고 코치는 통보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승부 조작이 이번 대회뿐 아니었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의혹까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코치 지모 씨는 13일 대한태권도협회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오 선수가 먼저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부상 중인 오 선수가 통증을 호소해 와 '경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못 뛰겠다'고 말해 기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씨는 오 선수의 진료확인서도 첨부했다. 여기엔 오 선수가 최근 다섯 차례에 걸쳐 통원 치료를 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진료확인서를 발부한 충북 진천 A정형외과 원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진료확인서는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만 확인해주는 것으로 의사의 소견을 밝히는 진단서와 전혀 다르다"며 "오 선수는 단순한 타박상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재준 사무국장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조만간 대면시켜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음성적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히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청주=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