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 조치훈 바둑TV 화면에선 일장기 지우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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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치훈(사진)9단이 일본 대표로 출전하면서 국기(國旗) 문제가 미묘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두 대국자 곁에 양국의 국기도 함께 놓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바둑영웅인 조치훈 곁에 일장기가 놓이게 된다.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가. 바둑TV는 농심배 중계방송 때마다 선수 이름 아래 해당국의 국기를 표시해 왔다.

국제바둑대회는 그동안 '국적' 대신 '소속 기원'으로 출전선수를 분류해 왔다. 예를 들자면 일본기원 소속인 한국인 조치훈9단은 일본 측 티오로 출전하고 한국기원 소속인 중국인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은 한국 측 티오로 대회에 나가곤 했다. 이처럼 개인전은 별 문제가 없다. 국기를 내거는 일도 없다.

농심배는 국가대항전이라 미묘하다. 조치훈 역시 이 대회에는 한번도 일본 대표로 나온 일이 없다. 그러나 이번 일본내 사정은 3대기전 스케줄과 겹쳐 소위 일본의 '빅3'가 한명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바람에 조치훈과 대만 국적의 왕밍완까지 두명의 외국인이 용병(?)으로 합류했다. 허약한 일본 팀에 한팔을 보탠 것이고 바둑계에선 이상하다고 보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국내 팬들은 일장기 아래 조치훈의 이름이 걸리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둑TV는 그래서 조치훈의 대국 때만은 화면에서 국기를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조치훈의 대국 때 대국장의 국기는 어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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