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겨울철 시설재배 줄줄이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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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겨울철 시설재배 농민들이 줄줄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유가인상으로 하우스 난방비 부담은 급상승하는데 농산물값은 오히려 뒷걸음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4일 충북도와 일선 시.군,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듭된 유류비 상승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게 되자 올겨울 농사를 단념한 시설재배 농가가 지역별로 50~90%에 이른다.

현재 농민에게 공급되는 면세유 가격은 4백58원으로 지난해 3백64원보다 25%가량 올랐다. 그러나 올 겨울작목 시세는 방울토마토만 작년 수준을 유지할 뿐 나머지 대부분이 40%이상 하락했다.

오이의 경우 작년의 60%, 애호박은 50~60%선. 장미도 상품 1단(10송이)에 3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원(25%)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청원군 강외면의 경우 2백40여가구의 시설재배 농가 중 10%만이 가온(加溫)재배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대부분 단념하거나 묘종만 관리하고 있다.

진천군 이월면 화훼단지 역시 난방비 부담 때문에 대목인 졸업철을 앞두고도 전체 75농가 중 3분의2가 보일러 가동을 중단, 2월 출하를 포기했다.

또 괴산, 옥천, 보은 지역의 시설재배 농민들도 절반 가량 겨울농사를 접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천 이월화훼작목반장 봉홍근(奉弘根.45)씨는 "5년 전에 ℓ당 2백원선이던 기름값이 요즘은 4백70원선으로 올랐지만 꽃값은 5년 전 그대로다" 면서 "국내 수요마저 위축돼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을 위해 전략품종을 육성하려 해도 돈이 없어 쩔쩔매는 형편" 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가마다 심야전기를 이용한 보일러 교체, 알코올 난로 설치, 방한커튼 추가 설치, 시간대별 온도조절 등 난방비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적자 모면은 쉽지 않을 것같다" 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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