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IMF서울소장 '구제금융 3년'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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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이 지난 1997년과 같은 위기를 다시 맞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최근의 경기둔화는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접근하는 것으로 내년 하반기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서울사무소장(사진)은 4일 IMF 구제금융지원이 개시된지 3년이 지난 것을 계기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3년간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경제가 회복했지만 아직도 일부기업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좋지 않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우량기업들 쪽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혁작업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비핵심부문의 처분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핵심업종을 키워나가야 한다.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하며, 특히 일부 대우계열사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

- 성장둔화 속에 소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금리인하 등 금융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나.

"거시경제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책을 써야 한다면 금융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IMF는 한국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금융지주회사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부실은행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형 은행끼리 합병시키는 것은 당장 경영 개선이 급한 은행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어서 경영개선 노력이 소홀해질 것이다.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을 묶으려는 한국 정부의 방안은 바람직하다."

-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 반발의 해결책은.

"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은 실직자 지원 및 재취업 등을 추진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풀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자금을 써야 할 곳도 바로 이 부문이다."

- 한국이 또다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는 무슨 뜻인가.

"한국 은행들이 대출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부실기업에 대출해줄 경우 은행을 시작으로 다시 금융위기가 오고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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