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림 군살 뺐어요"…우수사례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비뚤어진 베란다 창문 틈새로 들어온 먼지 때문에 청소를 자주하게 되니 쓸데없이 물이 낭비돼죠. 또 커튼.담요 등 큰 세탁물도 자주 빨아야 했구요. 찬바람 때문에 난방 에너지도 더 많이 써야 했습니다. "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주부 오춘숙(吳春淑.51)씨는 최근 적은 돈을 들여 베란다 창틀 보수공사를 하고선 흡족해했다.

아주 간단한 작업만으로 그동안의 골치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 오씨는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남의 얘기로만 생각했던 에너지 절약을 직접 실천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수많은 가구가 모여 살면서도 공동체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아파트 단지가 많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이 주거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함께 쓰는 에너지는 마냥 낭비돼 왔다.

하지만 최근 공동주택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군데군데서 일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이 5일 발표하는 아파트 관리비 절약 등 환경정비 우수사례에는 생활 여건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값진 노력이 담겨 있다.

◇ 관리비 절약=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에서는 지난 10월부터 매일 중앙난방 공급 시간을 지난해 같은 온도였던 날을 기준으로 10%씩 줄이고 있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평균 2℃인 날에는 지난해 평균 2℃였던 날 공급된 난방 시간에 비해 10%를 줄여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일자별 외부 온도와 난방 시간을 도표로 만들어 보일러실 등에 비치했다.

시범 실시한 10월과 11월 난방비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4백~5백만원이 줄었다.

관리사무소측은 "체감 난방온도에는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동절기 5개월동안 4천5백여만원을 아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또 지난 9월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7백30여개의 전등 중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1백90여개를 없앴다.

매월 50여만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었다.

신대방동 우성1차 아파트는 부녀회가 폐지.헌옷.빈병 판매 등을 모아 판 돈으로 1천3백여가구의 화장실 좌변기에 절수기를 설치했다.

연간 8백여만원의 수도료가 절감됐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또 공동 공간에 설치된 백열등 9백여개를 모두 고효율의 센서등으로 바꿨다.

당장 공동전기료가 매월 50만원씩 줄었다.

관리사무소와 주부들이 수도계량기를 자체 검침한 결과 수도료에서 검침료가 빠져 연간 1천4백여만원의 관리비를 절감했다.

◇ 살 맛 나는 생활환경 조성=사당동 LG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 은행이 없어 겪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 간부들이 직접 은행과 접촉했다.

그결과 매월 말이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은행 직원들이 출장을 와 각종 공과금과 관리비 수납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신대방동 우성아파트 부녀회는 아파트 단지에 수시로 들어서는 노점 때문에 소음과 통행 불편이 생기자 매월 금요일을 '장터 개설일' 로 정하고 특정 장소에서 허용된 업체만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단지가 한결 깨끗해 지고 노점과 상가간의 마찰도 해결했다.

개별적으로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주민들이 분담해 정리하며 사교의 장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사당동 현대아파트에서는 지난해부터 분리수거일에 2가구씩 참가해 수거작업을 벌인다. 처음엔 귀찮아하던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서로를 알게 됐고 이제는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고 한다.

신대방 우성아파트 부녀회장 박경애(朴慶愛.64)씨는 "12년째 살아온 아파트 환경이 일그러지는 게 안타까워 활동을 시작했다.

이젠 주민들이 힘을 합치기만 하면 충분히 살 맛 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게 됐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