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북한 다녀온 영화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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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주 서울 남산 감독협회에선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영화인들이 다른 관계자들을 초대해 방북성과 보고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의 초점은 단연 남한과 북한이 손을 잡고 어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영화인들의 관심은 주로 제작쪽에 집중됐다.

"우리는 급격한 도시화로 자연이 망가져 로케이션 장소가 부족하다. 북한은 어떤가."

"과연 남북합작의 영화를 만들 수 있나. "

"배우.연출진 등 인적교류의 가능성은?" 등 실무적 문제가 많이 거론됐다.

방북 영화인들은 유보적인 태도였다. 일단 북한의 조명.녹음 등 영화 기자재가 낙후해 공동제작은 당장 이루어지기 힘들고,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영화제작의 특성상 배우 등의 교류도 속단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날 행사의 소득이라면 한국 영화인들이 남과 북의 상이한 영화제작 현실을 공유했다는 점. 이제 대화를 시작한 만큼 첫술에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공감했다.

또 이곳저곳에서 시도했던 북한관련 영화창구를 영화진흥위원회에 특위(特委)를 만들어 교류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도 남는 의문 하나. 내년 봄께 남북 배우들이 함께 촬영할 영화 '아리랑' 은 어떻게 될까. 방북 영화인들은 공동제작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는데….

그러나 '아리랑' 을 만들 김보애 NS21회장은 "양쪽 정부의 승인이 떨어진 만큼 영화 제작엔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교류인 만큼 한국 영화인들의 치밀한 준비와 조율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학술교류부터 풀어가는 것도 바람직한 순서일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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