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일단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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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개성공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실무회담의 수석대표인 김남식 통일부 국장은 첫 전체회의 시작 전 “고(故) 박왕자씨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자”고 말했다.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의해 희생된 박씨에 대한 애도를 표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사건은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됐다. 강용철 단장(아태평화위 참사)을 비롯한 북측은 남측 제의에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고 한다. 남측은 공식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조의 표명도 요구했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채 남측의 묵념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오전·오후 각 한 차례 회의에서 남북은 평행선을 달렸다. 김남식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박씨 피격 공동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신변 보장 등 3가지를 요구했다. 강용철 북측 단장은 “‘관광객 사망은 본인 불찰에 의한 불상사”라면서도 “어쨌든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남측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정작 피격 지점은 군부 통제구역이라 안 된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재발 방지와 신변안전 보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 아태와 현대가 다 합의하고 담보한 만큼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관광 재개를 위한 ‘특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을 강조했다.

북측은 개성 관광을 다음 달 1일, 금강산 관광은 4월 1일 시작하는 합의서 초안을 준비해왔다. 합의하려는 계획 없이 3대 조건 논의에 무게를 둔 남측과 눈높이가 달랐다. 양측은 추후 일정도 잡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북한은 12일 또 회담을 하자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측 분위기를 파악 못 한 채 관광 재개만 서둘렀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중단 1년7개월째인 금강산·개성 관광길이 열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재개가 합의된다 해도 현장 조사에 이어 ▶신변 보장 법제도 정비 ▶시설 보수와 안전 진단 ▶시범 관광 등 절차가 필요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신변안전 합의서 보완도 별도 회담을 수차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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