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오후 각 한 차례 회의에서 남북은 평행선을 달렸다. 김남식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박씨 피격 공동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신변 보장 등 3가지를 요구했다. 강용철 북측 단장은 “‘관광객 사망은 본인 불찰에 의한 불상사”라면서도 “어쨌든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남측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정작 피격 지점은 군부 통제구역이라 안 된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재발 방지와 신변안전 보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 아태와 현대가 다 합의하고 담보한 만큼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관광 재개를 위한 ‘특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을 강조했다.
북측은 개성 관광을 다음 달 1일, 금강산 관광은 4월 1일 시작하는 합의서 초안을 준비해왔다. 합의하려는 계획 없이 3대 조건 논의에 무게를 둔 남측과 눈높이가 달랐다. 양측은 추후 일정도 잡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북한은 12일 또 회담을 하자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측 분위기를 파악 못 한 채 관광 재개만 서둘렀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중단 1년7개월째인 금강산·개성 관광길이 열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재개가 합의된다 해도 현장 조사에 이어 ▶신변 보장 법제도 정비 ▶시설 보수와 안전 진단 ▶시범 관광 등 절차가 필요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신변안전 합의서 보완도 별도 회담을 수차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