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오카 '나만의 자동차'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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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도야마=남윤호 특파원] 대형 자동차업체들도 턱턱 나자빠지는 상황에서 최근 일본에 복고풍 승용차를 수작업으로 주문 생산하는 중소기업형 자동차 회사가 성업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도야마(富山)현의 미쓰오카(光岡)자동차는 고객의 기호에 맞춰 '나만의 자동차' 를 제작해주는 일본의 열번째 자동차 메이커다.

대규모 조립라인을 갖춘 기존 메이커와는 달리 땅값을 아끼느라 한적한 시골의 논바닥에 공장을 세워 찾아가기도 어려울 정도다. 평균 25세의 젊은 기술자 50여명이 모여 연간 1천대를 만들어내는 '공방' 수준의 공장이다.

미쓰오카 자동차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미쳤던' 미쓰오카 스스무(光岡進.61)사장의 꿈의 결실이다.

그는 언젠가는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1968년 판금도장업체를 세우고 중고차.수입차 판매업을 하며 돈을 모았다. 여력이 생기자 96년 오픈카 제로원을 제작, 운수성에서 정식으로 자동차 형식승인을 받았다. 이후 새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착실히 기반을 닦았다.

독자 모델로는 오픈카인 클래식타입F.제로원과 50㏄짜리 1인승 마이크로카 MC1이 있다. 98년에는 고객이 가정용 공작도구로 직접 조립해 만들 수 있도록 한 35만엔대의 키트카 K1을 일본 최초로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닛산의 엔진과 섀시에 복고풍 디자인의 차체를 입힌 라세드.뷰트.유가.가류 등도 만들었다.

97년에는 공장을 방문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가 제로원을 보고 홀딱 반해 즉석에서 구입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쓰오카는 말레이시아에 대리점을 내 연간 약 80대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루나이에도 대리점을 냈다.

미쓰오카 자동차는 젊은 층이나 여성 고객으로부터 특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모델이라도 고객의 주문에 따라 디자인을 조금씩 달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자 올해 도쿄(東京)에도 쇼룸을 냈다. 광고나 판촉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미쓰오카는 향후 6년간 기업규모를 3배로 불리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슈퍼카와 저공해 마이크로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전체의 연간 매출은 3백30억엔이며 경상이익은 4억5천만엔이다.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생산.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정도에 불과하다. 규모를 더 키우고 싶다는 꿈은 있지만 그렇더라도 개성을 희생해야 하는 대량생산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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