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산가족 2차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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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일 시작되는 2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앞으로 이산가족 교류의 정례화 여부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장충식(張忠植)한적 총재가 5박6일 일정으로 돌연 일본 출장을 떠나 정부와 한적의 '북한 눈치보기' 가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짧은 만남 불구 '실속상봉' 기대=1차때보다 하루 준 일정이지만 가족간 만남을 최대한 늘려 상봉의 감격을 맛보게 배려했다.

1차때 집단상봉 한차례와 개별상봉.식사 각 두차례 등 6회에 걸쳐 11시간을 만났지만, 이번엔 한차례 준 5회 상봉에 8시간30분간 만나게 됐다.

특히 관광.참관과 이벤트성 행사를 줄여 가족간 만남을 늘리고, 고령자 이산가족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민속관만 들른다.

비용도 8.15방문단 때보다 크게 줄였다. 남측의 경우 호화 만찬 등을 줄이고, 방북 이산가족들의 선물비를 절감함으로써 지난번 쓴 18억여원의 절반인 9억5천만원만 쓸 예정이다.

북측도 비용절감을 위해 오.만찬 메뉴를 조정하고 선물수준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연찮은 張총재의 출국=張총재는 박기륜(朴基崙)사무총장 등 측근의 전송을 받으며 29일 오후 6시40분 대한항공 705편으로 출국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적십자사 초청으로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과 원폭피해자 처리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예정돼 있었다" 고 설명. 그러나 한적의 최대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데다 30일에는 북측 이산가족을 위한 한적 총재 주재 만찬까지 예정돼 있어 갑작스런 출국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적 관계자는 "이산상봉을 원만히 하려는 정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적 총재까지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며 침통해 했다.

張총재의 방일(訪日)은 북한측이 그의 월간조선(10월호)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아 우리 정부에 '이산가족 사업에서 張총재가 손을 떼게 하라' 고 요구함으로써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단장은 대남 전문가=북측 이산가족을 인솔할 장재언 북적 위원장은 1998년 12월 임명됐고, 조선종교인협의회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다.

범민련 북측본부 중앙위원과 국가보안법 철폐 대책위원도 맡아 북측은 8.15상봉 때의 유미영(천도교청우당 위원장)에 이어 대남통을 단장으로 보낸 셈.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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