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 식량수출 제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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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압력 수단으로 식량을 포함한 모종의 대북 금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의 양시위(楊希雨)조선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대북 압박을 위해서는 식량 공급 중단이 효과가 크다"며 일부 품목에서 대북 수출 금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미국 측 제안에 대해 "송유관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며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으로 석유와 식량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대북 석유.식량 금수 등 '평양 손목 비틀기'에 나설 것으로 보는 현지의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며 "마지막 압박 수단으로 서류상의 검토는 있을지 몰라도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검토 단계는 최소한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현재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경제 협력 확대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록 미국의 입장이 강경한 압박으로 기울더라도 이러한 중국 자체의 기조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과 관련해 2003년 3월 중국이 북한을 3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인 차원에서 송유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며 "이를 압박과 제재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도 "송유 중단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은 중국 외교부의 원칙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유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지난 3월 22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내각 총리 박봉주와 투자협정을 체결한 사실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 요구에 검토하는 듯한 자세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오히려 경협 확대 등을 통해 당근을 제시하면서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가는 수순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최원기 기자,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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