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임금 격차 대해부] 학력 간 격차 줄인 외국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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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해마다 중학교 졸업 대상자(9학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졸업자격시험(브르베·brevet) 결과를 발표한다. 성적 결과와 학생 본인의 희망, 내신 성적 등을 기준으로 진로가 결정된다. 여기서 일반고교·직업학교 등의 진로가 나뉘어지는 것이다.

마크 롤랑 프랑스 교육부 국제협력국 부국장은 “중학교 단계에서 철저히 진로 지도를 해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트랙을 찾아 준다”며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굳이 무조건 대학에 다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교에 들어가기 이전 단계에서 나뉘어지는 ‘멀티 트랙’은 프랑스·덴마크·싱가포르에 잘 갖춰져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중학교 졸업시험 결과 상위권 20%는 주니어 칼리지에, 40~50%는 폴리테크닉, 하위권 20~30%는 ITE(기술교육원)에 진학한다. 시험 성적으로 진로가 나뉘는 데 대한 불만은 없을까.

싱가포르 폴리테크닉(고교 단계 기술전문교육학교)에서 28년째 정보기술(IT) 과목을 가르치는 이관용(57) 교수는 “자기 능력과 소질에 맞게 고교를 선택하고, 능력에 따른 임금 보상이 이뤄지다 보니 조기에 진로가 결정되는 데 대한 불만은 없는 편”이라며 “한국에서는 ‘대학부터 가고 보자’는 식의 경쟁에 시간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기에 진로가 나뉘어지는 제도가 정착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한국의 경우 중학교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인문계고 대신 전문계고에 자녀를 보내라고 추천하는 게 쉽지 않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간 대학에 다니기보다 현장실습 교육을 받고 조기 취업하면 대졸자 못지않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만족하며 살 수 있다는 직업 전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덴마크 직업교육은 참고할 만하다. 직업교육 담당 스틴 알버스틴 연구관은 “1920년대부터 수요가 있는 시장을 분석하고 산업계와 상의해 전망 있는 분야에 대해 진로 지도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덴마크는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실업률이 낮다. 2008년 고졸 출신의 실업률(7.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4%) 이하였다.

◆특별취재팀 kanghj@joongang.co.kr 덴마크·핀란드=이원진 기자, 싱가포르=박수련 기자, 강홍준·김성탁·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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