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 기형 5년간 한 해 19%씩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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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주부 김영미(41·서울 서대문구)씨는 키가 작은 탓에 외출할 때면 굽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30분만 걸어도 발가락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엄지발가락이 크게 휘어지는 ‘엄지발가락 기형증’ 때문이었다. 김씨는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하이힐에 이어 굽 높이가 10㎝ 넘는 ‘킬힐’까지 유행하면서 발 모양이 변형돼 고통받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년간(2004~2008)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엄지발가락 기형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가 연평균 19.1%씩 증가했다. 이 중 87%가 여성이었다. 증상이 심해 수술까지 받은 환자도 2004년 1208명에서 2008년 4807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진료비 역시 연평균 37.7%씩 증가해 2008년에만 136억5800만원이나 됐다.

여성의 발가락 기형은 40대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50대에 가장 많았다. 40~50대가 진료 인원의 54.9%와 수술 환자의 63.8%를 차지했다.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 교수는 “평발이나 유연한 발을 가진 여성들이 볼이 좁고 굽 높은 신발을 오랫동안 신으면 기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이 뾰족하고 뒷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으면 발가락이 가운데로 모이면서 체중의 90%가 이 부위로 몰려 발가락이 변형된다는 것이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돌출된 관절 부위가 신발에 자극을 받으면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도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엄지발가락 기형을 피하려면 가급적 앞이 뾰족한 신발은 삼가고 편한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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