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전국서 격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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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21개 농민단체회원과 농민들이 21일 전국 곳곳에서 농가부채 경감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경부.호남.중부.중앙.88고속도로 10여곳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고속도로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농민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등에 집결하기 위해 차량에 나눠 타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다 경찰이 봉쇄하자 걸어서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며 저지하는 경찰을 차로 밀어붙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지 못한 농민 차량들이 우회하면서 주요 국도들도 오후 내내 심한 체증을 빚었다.

◇ 농민대회=전국 1백21개 시.군 농민 7만5천여명(농림부 집계)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농촌 회생 촉구 1백만 궐기대회' 에 앞서 지역별로 출정식을 겸한 농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38조원에 이르는 농가부채로 인해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 이라며 농가부채 상환을 유예하고 이자를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가부채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요구했다. 또 농축산물 가격 보장과 추곡수매가 10% 인상 등을 주장했다.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농산물을 불태우거나 가축을 도로에 풀어놓고 상여 등을 앞세운 채 가두행진을 했다.

◇ 교통대란=승용차와 트럭 등을 타고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집결하려던 농민들은 경찰이 나들목에서 원천봉쇄하자 걸어서 고속도로로 진입, 차량통행을 막고 시위를 했다. 또 경찰의 저지를 뚫고 고속도로로 들어선 일부 차량들은 서행운전을 하며 시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사천휴게소.거창휴게소.옥천휴게소 부근과 구마고속도로 창녕지역 등은 1~4시간씩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고속도로 교통정보센터는 "농민시위로 평소 5시간 걸리던 광주~서울 구간은 7~10시간, 3시간 걸리던 대구~서울은 6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 밝혔다.

◇ 충돌=이날 오후 5시10분쯤 충남 아산시 배방면 봉강교 위에서 청양농민회 소속 金모(35.충남 청양군 청양읍)씨가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대치 중이던 경찰에 돌진했다.

이 사고로 경찰 5명과 농민 2명이 다쳐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30분쯤 경남 하동군 진교면 송원리 남해고속도로 진교 나들목에서 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던 李모(32.하동군 진교면 월운리)씨가 저지하던 경찰들을 화물차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경찰 저지선 앞줄에 서있던 金모(21)일경이 넘어지면서 화물차 바퀴에 팔이 깔려 중상을 입었으며 양모(21).李모(21)일경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남원에서는 농민 1천여명이 집회를 열고 트럭 등을 동원해 시가행진을 하려다 경찰 1개 중대와 심한 몸싸움을 벌여 10여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전국종합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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