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국정원이 언론 접촉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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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황장엽(黃長燁.77)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20일 국가정보원측이 최근 자신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하고 언론과의 자유로운 접촉허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黃씨의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대외 활동 중단은 黃씨의 자의에 따른 것' 이라고 밝혀온 국정원의 설명과 배치돼 활동 제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97년 2월 망명해 국정원의 보호를 받아온 黃씨는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란 21일자 자필 서한에서 국정원측이 지난 16일 자신이 탈북자동지회의 소식지 '민족통일' 에 기고한 글 등을 문제삼아 ▶정치인.언론인과의 접촉 금지▶외부강연 출연 중단▶책 출판 중지▶ '민족통일' 소식지 발행 중단▶민간 차원의 '대북 민주화 사업' 중단 등 5개 항의 제한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A4용지 3쪽 분량의 글에서 黃씨는 이런 조치를 통보받은 다음날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 "제한조치를 취소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자기의 행동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혔다" 고 공개했다.

이 글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6월 黃씨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라는 글을 '민족통일' 에 실으려 하자 익명(匿名)으로 나가게 했고, 최근 黃씨의 비공개 논문이 일본 언론에 실리게 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黃씨는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탈북자동지회장과 공동서명한 이 글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생명" 이라면서 "우리는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언론기관들과의 상봉을 종전과 같이 사절하지 않고 진지하게 응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탈북자동지회 관계자는 "국정원이 '민족통일' 을 인쇄 중인 서울 중구 인현동 C종합인쇄소에서 책자를 회수해가고 월 2백여만원의 출판 보조금 지급도 중단했다" 고 주장했다.

黃씨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발표 이후 강연 등 대외활동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이달초 국회 정보위와 통일외교통상위의 국정감사 증언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정원을 통해 밝혔었다.

한편 국정원 관계자는 "黃씨 스스로 국정감사 출석 등 정치성 활동을 않겠다고 밝힌 데다, 신변위협 등을 감안해 외부활동을 선별적으로 허용한 것일 뿐 활동자체를 제한한 것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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