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도 현금 쌓아놓고 투자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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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기업들도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 기업들이 보유 중인 현금은 1조2700억달러로 4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최근 2년간 큰 이익을 낸 기업들이 투자에 인색해 향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투자 기피 현상을 고유가와 테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지난 몇 년간 잇따른 대형 회계부정 사건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 위주의 경영전략을 편 때문으로 풀이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농업과 금융업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의 유동 자산은 1조27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3000억달러가 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 중인 현금 비율도 국내총생산(GDP)의 10.9%로 1959년 이후 4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들의 투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툴 웍스는 몇 년 새 매출이 꾸준히 늘어 현재 현금만 18억달러에 이르지만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년 연 3억달러를 넘던 투자 규모도 지난해 2억6000만달러로 줄였고 올해에도 그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는 2분기에 현금성 자산이 193억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6개 기업을 인수하는 데 3억5000만달러를 썼지만 자사주 매입에는 20억달러나 투입했다. 투자보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최근 "기업 투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은 테러나 기업 회계 스캔들, 고유가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자신감을 위축시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로 돼 있는 미 의 한시적인 투자 세액 감면조치의 약발이 떨어지면 기업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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