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장기적 사회갈등 해법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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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회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세종시 문제, 사법개혁 논의 등 폭발력 큰 현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달 말 정년 퇴임하는 서울대 한상진 교수(사회학·사진)는 사회통합을 꾸준히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독일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 했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보수 진영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서울대입구역 근처 그의 연구실에서 사회 갈등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 갈등 해소를 어떻게 해야 하나. 특히 정치권은 뭘 해야 하나.

“강성노조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이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중장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해법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불신이 생긴다면 갈등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할 일은 이런 사회협의기능이 이뤄지도록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 분명한 것은 일방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식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아마 아무도 강 대표가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여당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너무 법 조문만 따지는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국회 구성원 모두가 정당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느낄 수 있어야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해법은.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그르다고 할 수 없는 문제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느냐의 문제다. 일반 국민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높은 불신 측면에서 보면 정부로서는 잃는 것이 많아 보인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견조율이 안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 하버마스가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뭔가.

“하버마스 이론의 핵심은 ‘소통’이다. 소통에서 법치도 나오고 시민사회도 나온다는 것이다. 소통 이론은 동양의 정치철학과도 연관이 있어 소통 부재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앞으로 계획은.

“조만간 ‘한상진 사회이론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22일에는 ‘80년대는 무엇을 남겼나’라는 주제로 고별 강연을 한다. 3월에는 중국 칭화대, 9월에는 베이징대에 초빙교수로 간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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