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등 서 책기증 받아 도서실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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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3월 개교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초등교 학부모들이 책 모으기 운동으로 1만2천권의 책을 마련, 반듯한 도서실을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책 모으기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신설학교여서 도서실이 없자 어머니회가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해주자" 며 책 모으기에 나선 것.

어머니회 30여명은 우선 모범을 보이자며 9백여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책과 기금 마련에 나섰다. 두차례 바자회를 열고 모임을 통해 학부모를 설득했다.

그 결과 책 6백50권과 기금 4백만원이 모아졌다. 지난 2월 중학교로 진학한 선배(83명)들은 아끼던 책 1백60권을 내놓았다.

학부모들은 그러나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전국의 기관단체.기업체 등에 전자우편을 보내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책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검찰청.서울시청 등 무려 6백여곳, 웬만한 데는 다 전자우편을 보냈다. 반응은 뜻밖이었다.

한화그룹 봉사단체인 '한사랑' 은 직원들을 상대로 책을 보내자며 모은 새 책 6백50권, 헌 책 3백50권을 보내왔다. 펜티엄Ⅱ급 컴퓨터 한대도 함께 보냈다.

관세청에서는 전국 34개 세관을 상대로 책을 모아 1천6백권을, 청와대 국정홍보실.국무총리실 등도 어린이용 책을 보내왔다. 제주지사 등은 책과 함께 약간의 기금도 보냈다.

5개월동안 전국 2백30여곳에서 답지하기 시작한 책은 무려 1만2천권. 이들은 책에 기증자 도장을 찍고 목록을 만들었다.

어머니회 임원 중심으로 하루 10명이 2시간씩 꼬박 3개월 넘게 작업했다. 책이 너무 많아 분류, 대출.반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전산화는 전문기관에 맡겨야 했다.

책상.책장을 마련하고 2층 교실(37평)을 도서실로 꾸며 마무리한 게 13일. '도서관은 17일 문을 열 예정이다. 스스로 도서실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학부모들은 자원봉사를 결심했다.

2명씩 돌아가며 책정리, 대출.반납업무는 물론 독후감 작성.독서토론회 등을 지도하기로 한 것. 어머니회장 임영숙(林永淑.37)씨는 "책 모으기를 통해 우리 주변엔 고마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 "어렵게 마련한 도서실인 만큼 학생들이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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