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자동차 파장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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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 처리된 뒤 파장이 심각하다. 대우차는 공교롭게도 외형적으론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아차가 걸었던 길을 비슷하게 걷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상당히 다르다.

기아차는 1997년 부도유예 협약 중에도 은행 등의 자금지원을 못받자 당시 신차였던 크레도스Ⅱ를 포함한 차량을 30% 현금 할인판매하고, 종업원이 모금운동을 벌였으며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야 인력을 감축하고 공장 가동률을 줄였으며 인도네시아 등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줄이는 등 감량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우차는 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금융기관에서 2조5천억원을 새로 받으면서도 몸집은 거의 줄이지 않았다. 여기까진 기아차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대우차도 기아차의 과거로부터 회생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슬림화가 급선무〓기아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기아차 직원 1만6천여명을 비롯, 아시아자동차 등 27개 계열사의 전체 인원이 5만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법정관리를 거치며 현대차에 인수된 99년 말에는 계열사 전체 인원이 3만명으로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가 없어지자 상당수 스스로 그만두었지만 법정관리 중에 임원의 절반을 줄이고 부서별로 인원을 20~30%씩 감축했다" 고 말했다.

대우차의 경우 워크아웃 중이었던 지난 1년2개월 동안 전체 인원 1만9천명 가운데 1천여명이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생산 대수를 줄이는 한편 생산 차종도 기아차 중 팔리는 차종이었던 1t트럭.세피아.크레도스Ⅱ.스포티지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잘 안팔린 아벨라.프라이드 등의 생산은 줄였다.

그 결과 법정관리 전인 97년에 68만대였던 생산 대수가 98년에는 43만9천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우차는 워크아웃 기간인 지난해 말 60%였던 공장의 평균 가동률이 올 9월 말에 70%로 되레 높아졌다.

건양대 김진국 교수는 "대우차도 되는 차종과 되는 공장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기아차는 또 법정관리 전에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인도네시아 국민차 사업과 브라질 현지공장 설립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대우차는 워크아웃이 되면서도 매각을 위해 폴란드.루마니아 공장 등 13개 해외 제조법인과 33개 해외 판매법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차 해외법인 중 경쟁력이 없는 곳도 과감히 정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대우차의 경우 재료비.인건비 등 제조원가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3%에 가깝다. 기아차도 법정관리 직전 9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자동차를 팔아서 돈이 남는 수익구조로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는 얘기다.

◇ 새로운 생존전략을 세워라〓안수웅 한국자동차연구소 연구원은 "기아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연구개발비 지출을 일시 중단했지만 이것이 재개되면서 카니발.카렌스 등 레저용 차량의 개발에만 돈을 들였다" 고 말했다.

그 결과 현대차에 인수된 뒤 기아차는 레저용 차량이 인기를 얻으며 빨리 회생할 수 있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安연구원은 "대우차의 경우 경차부터 대형차.상용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종을 다 만들고 있는데 이를 한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대우차는 현재 1천8백㏄급 이상 엔진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일본 스즈키의 경우 경차와 소형차만으로 독자 생존하고 있는 만큼 대우차도 전 차종에 매달리지 말고 경쟁력이 있는 경차.소형차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매각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수〓기아차의 법정관리를 맡았던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당시 실사 결과 기아차가 현 상태로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아차에 새로 단체협약을 바꾸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라고 요구했고, 그후 구조조정이 잘돼 매각이 성사될 수 있었다. 매각이 잘 되려면 구성원들의 희생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기아차는 법정관리 이전 27개였던 계열사를 98년 말 18개로 줄였고, 98년 국제입찰 때는 기아차.아시아자동차.기아자판.아시아자판.기아대전자판 등 5개사만을 내놓았다.

대우차는 법정관리 이후에도 제네널모터스(GM)와의 매각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회사 자체를 남들이 탐낼 만한 상태로 바꾸는 구조조정을 해야 매각협상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정부는 뭘 해야 하나〓기아차의 경우 법정관리 기간에 1차 협력업체가 4백곳 중에서 1백곳 정도 부도났다.

정부는 그때에도 업체당 2억~5억원의 특례보증한도를 만들고 지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자금은 일선 은행에서 꺼려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며 "협력업체가 어려워져 부품 납품이 안되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만큼 은행 담당자에게 면책을 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용택.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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