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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못 찾은 금융규제 갈등 … 중국 역할 촉구는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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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경제포럼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특별 세션이 열렸다. 세계각국의 정상들이 패널로 참석했지만 다른 이슈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보스 AFP=연합뉴스]

40돌을 맞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경제위기의 고비를 넘긴 뒤 각국 경제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인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논의의 중심은 ‘금융 개혁’과 ‘권력 이동’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부터 “이제 은행은 투기를 할 게 아니라 자본을 공급을 해야 한다”며 금융권을 질타했다. 특별연설을 한 이명박 대통령 등 주요 지도자들은 국제 금융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금융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조셉 애커먼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규제가 도를 넘어설 경우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금융인들은 정치권의 규제에 대항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운신의 폭이 좁아진 탓도 있지만, 은행 간 셈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무가 활발한 사모투자회사(PEF) 등은 씨티와 같은 상업은행의 입지를 축소하는 은행 규제 방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대표적인 PEF 가운데 하나인 칼라일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규제안에 대한 우리의 찬반 여부가 법안 통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아직 의견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안을 지지해 상업은행 영역 확대에 금을 긋고 싶지만 동업자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애매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정부와 금융계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고도 금융 규제의 구체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 “나흘 넘게 회의를 하고서도 최선의 규제책을 찾는 데 실패했다”며 “정부와 기업, 은행 간의 신뢰 쌓기가 얼음판에 발자국을 찍는 것만큼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포럼에 참가한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회장은 “은행은 그들 스스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을 제치고 새로운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이 국제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많은 토론의 주제들이 중국의 부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미국과 더불어 중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제의 밑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비판과 시샘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바니 프랭크 미국 하원 금융위원장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회피하는 것과 관련, “중국 당국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도 “과연 중국이 경제 발전과 정치적 자유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풀지 못한 실타래는 6월과 11월 캐나다와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로 넘어간다. 금융 규제 방안과 신흥 권력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일은 G20 회의를 준비하는 한국에도 과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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