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미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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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오크 마 레크리에이션 센터. 평소 에어로빅이나 격투기 강좌가 열리던 지하 운동실에 제732 투표소가 마련됐다.

21세기 첫 대통령선거가 시작된 7일 아침(현지시간) 이곳에는 직장에 출근하기 전에 한 표를 행사하려는 남녀노소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미국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저기 노란 선이 보이죠□ 그 안쪽에서는 절대 인터뷰를 해서는 안됩니다."

투표안내 자원봉사 할머니는 1층 정문에서 금지구역을 알려줬다.

기자가 만난 4명의 유권자는 정확하게 두명씩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찍었다.살얼음판 승부가 피부로 느껴졌다.

"고어는 이슈에 대해 입장이 확실하다. 부시보다 더 잘 이해하는 것 같고…. 나도 예일대를 나와 부시와 동창이기는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는 경험과 성숙도가 부족하다."

내과의사 스티븐 해리슨은 고어를 찍었다고 말했다.

"고어는 과장하는 습관이 문제 아니냐" 는 질문에 그는 "정치인들이야 그런 것 아닌가.별로 개의치 않는다" 고 옹호했다.

사업을 하는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빌 빌리는 부시에게 한 표를 던졌다. 부시의 자질론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그는 "전국적인 차원으로 보면 부시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텍사스 주지사를 하면서 국가를 통치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 강조했다.

이 투표구의 유권자는 대략 2천명.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보이고 등록명부에서 이름을 확인한 후 기표소 입장카드를 받는다. 투표소에는 자동투표기 네대가 설치됐다. 투표기는 기표 대신 버튼을 누르게 돼 있다.

잘못 누르면 고칠 수 있고 등재된 후보 이외에 다른 사람을 찍고 싶으면 이름을 써넣을 수도 있다. 투표기는 자동으로 집계한다.

기계의 집계표는 카운티(郡) 집계소에 모아지고 다시 주정부에서 각 군의 결과를 모은다.

자원봉사자 팀장인 피터 가젯은 "버지니아의 경우 오후 9시(한국시간 8일 오전 11시)면 당선자를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투표관리 자원봉사를 5년째 하고 있다.

투표소 앞에는 양당이 대통령과 상.하원의원 후보 이름을 적은 작은 홍보판을 몇개 세워놓았을 뿐 요란한 플래카드 같은 것은 없었다.

여성 민주당원과 남성 공화당원이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자당 후보들에게 기표된 '홍보용 투표용지' 를 나눠주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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