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씨 담보주식도 팔아 '돈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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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검찰이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수사하면서 일부 벤처업체의 요지경과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32)사장 등 이 사건 관련자들은 기술과 젊음으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망기업 주식을 담보로 돈놀이나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에 열중했다. 또 鄭씨측 관계자가 내부거래로 소액투자자들을 울렸던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 담보주식 빼돌리기〓동방금고 대주주인 鄭씨와 이경자(동방금고 부회장)씨는 금고 돈을 평창정보통신에 빌려줄 때 담보로 받은 이 회사 주식을 불법으로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준걸(柳俊杰)평창정보통신 사장은 최근 서울지법에 낸 가처분신청서에서 "지난해 10월 동방금고에서 대출을 받을 때 물적담보를 요구해 평창정보통신 주식 2백만주를 제공했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확인결과 이 가운데 1백42만주는 다른 사람에게 불법으로 넘어갔고 현재 동방금고는 58만주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柳사장에 따르면 또 鄭씨와 동방금고측은 평창정보통신 증자에도 참여, 2백80여만주를 더 확보해 총 4백80여만주를 보유, 유망 정보통신 업체였던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이 회사의 기술개발 등 회사발전에는 신경쓰지 않고 또 다른 회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분을 사채시장에서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柳사장은 "鄭씨와 李씨가 벤처기업의 '에인절(천사)투자자' 를 가장했지만 알고보니 주식으로 장난만 치는 '데블(악마)투자자' 였다" 고 분개했다.

검찰은 鄭씨가 주식 처분금 수백억원과 사설펀드 등을 통해 끌어들인 돈으로 디지탈홀딩스 출자금과 무리한 벤처기업 인수에 사용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 내부자 거래로 소액투자자 울리기〓鄭씨에게 사채업자를 알선, 자금을 대준 혐의를 받고 있는 K벤처컨설팅 대표인 權오승(44.투자상담사)씨는 한국디지탈라인의 부도 직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權씨는 부도 한달 전인 지난 9월 20일부터 7일간 鄭씨에게 돈을 빌려준 뒤 담보로 보관 중이던 디지탈라인 주식 84만주를 주당 4천원에 팔아 33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 3일 이 주식의 종가는 1천3백원 정도. 지금도 이 회사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개미군단에 비해 20억원에 가까운 이득을 얻은 셈이다.

검찰은 "權씨는 동방금고 등의 불법대출이 폭로될 위기에 처하자 鄭씨 등과 대책회의까지 했다" 며 내부 사정을 權씨에게 알려준 디지탈라인 관계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채병건.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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