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기량, 정교한 앙상블 <E0A6> 바이올린과 첼로 ‘현의 미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51호 04면

24일 호암아트홀에서 연주자들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졌다.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앞다퉈 서로의 기량을 겨뤘다. 두 명의 첼리스트는 타악기 주자의 호루라기에 맞춰 연주 경쟁을 벌였다. ‘연주자들의 대결’이라는 부제처럼 세종솔로이스츠의 이번 신년음악회는 협연자들의 화려한 기량과 세종솔로이스츠의 정교한 앙상블이 돋보인 무대였다.

24일 호암아트홀 세종솔로이스츠 신년음악회

역시 세종솔로이스츠답게 프로그램은 참신한 작품으로 채워졌다. 오늘날 음악회에서 흔히 연주되지 않는 작곡가 마우어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우며 음악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의 ‘네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가볍고 상쾌한 현악 합주 음색이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특히 카덴차가 흥미로웠다. 최근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입상해 주목받는 중국의 첸시(23)를 비롯한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화려한 독주를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별로 개성이 잘 드러났다. 제1바이올린을 맡은 첸시는 잘 다듬어진 톤과 기품 있는 음색으로 유려한 독주를 들려주면서도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과 긴밀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첸시는 지난 9일 KBS 교향악단과의 차이콥스키의 협주곡 협연 무대에서도 독주자의 기량을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톤으로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룬 연주를 들려주었다. 독주자와 앙상블 연주자로서의 능력을 겸비한 균형 잡힌 음악가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세종솔로이스츠와의 협연에서도 그의 균형 감각은 빛났다.

음악회 전반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카겔의 ‘세 연주자를 위한 대결’이라는 작품은 ‘연주자들의 대결’이라는 이번 음악회의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한 명의 타악기 주자와 두 명의 첼리스트가 벌이는 일종의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이미 지난해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에서 첼리스트 백나영과 이얼의 첼로 연주 대결도 흥미로웠지만, 타악기 주자 알렉스 리포우스키의 실감나는 연기와 연주는 관객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피아니스트 허승연과 세종솔로이스츠의 협연으로 소개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1번은 이번 신년음악회 무대를 화사하게 마무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첸웬황을 리더로 한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명쾌한 앙상블을 들려주며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 허승연의 피아노 연주와 조화를 이루었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보수공사로 무대 음향을 재정비한 호암아트홀의 달라진 음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편리한 교통과 쾌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호암아트홀의 건조한 음향 조건은 특히 현악기 연주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줬다. 하지만 새로 보수공사를 마친 무대에 울려 퍼진 현악기의 소리는 상쾌하고 명랑했다. 다만 음악회 후반부에 연주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피아노의 울림이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아 밸런스 면에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홀의 잔향은 분명 풍부해졌다. 한층 따스해진 울림이 앞으로 호암아트홀에서 이어질 공연을 기대하게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