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고바토 리더십’ 날개 꺾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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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25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사진이 붙어 있는 도쿄 중앙당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고바토(小鳩) 정권’의 쌍두마차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과 하토
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정권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고바토는 집권 민주당의 최고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과 민주당 대표인 하토야마 총리의 머리글자를 결합한 말이다. 오자와는 당 업무를 장악하고, 하토야마는 행정부를 책임지는 등 권력을 분점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이들 두 주역이 기대에 못 미치는 리더십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발목이 잡히면서 고바토 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이 주도해 현재 개회 중인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재일동포 참정권 법안도 사실상 무산됐다. 연립정권 일원인 국민신당 대표인 가메이 시즈카(亀井静香) 우정개혁·금융상은 28일 산케이(産経)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신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법안은 제출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정기국회에는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도쿄 시내 사무실에는 28일 실탄이 든 협박 우편물이 배달되기도 했다.

◆‘하토야마 지지자’ 10명 중 4명 등 돌려=지난 26~2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5%에 그쳤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달했다.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당시 역대 내각 가운데 둘째로 높았던 75%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불과 4개월 만에 30%포인트를 까먹었다.

지지율 하락은 하토야마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거듭 변덕스러운 발언을 되풀이해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후텐마 기지를 나고(名護)시로 옮기기로 한 기존 합의안을 지킬 것처럼 말했으나, 계속 애매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일 관계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국민이 67%에 달했다.

하토야마는 게다가 검찰이 오자와 간사장을 조사하기로 하자 “(검찰과) 철저히 싸워주세요”라며 검찰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가 비난 여론에 하루 만에 취소하는 등 총리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들을 계속했다.

◆거센 퇴진 압박 받는 오자와=오자와는 간사장직을 내놓으라는 여론의 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사장에서 사퇴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자와는 지난 23일 검찰 조사에 응함으로써 결백을 주장하며 수사의 칼날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국민의 83%는 오자와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부정적 영향 때문에 당내에서도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꼽힌 소장그룹의 ‘리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8) 국토교통상은 “정치인의 자금관리단체가 부동산을 여러 개 보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오자와의 행태를 비난했다. 한편 도쿄지검 특수부는 오자와에 대한 2차 조사는 일단 보류키로 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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