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꿈나무들에 ‘희망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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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작가가 지난해 9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고(故) 백남준 선생에게 헌정하는 오마주전 ‘멀티플 다이얼로그展’을 개최하고 작품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50)씨의 작품인 ‘희망의 벽’이 충남대병원에 설치된다.

28일 충남대병원에 따르면 ‘희망의 벽’은 양현재단과 강익중 작가가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의 병원 한 곳에 기증할 예정인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충남대병원은 지난해 10월 ‘희망의 벽’ 설치를 원하는 병원 공모에 참여, 최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유명 병원들을 제치고 작품 설치 병원으로 최종 선정됐다.

5세 이상 13세 미만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그림 3000점이 가로 10.33m, 세로 2.94m 크기의 벽에 채워지고 강 작가 작품이 어우러지게 될 ‘희망의 벽’은 굴곡진 벽면의 형태로 충남대병원 소아병동 1층 로비에 설치된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강 작사는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홀의 벽화와 뉴욕 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등을 제작했다.

그는 또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 한글작품을 기증키도 했으며, 2007년 독일에서 개최된 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가 참여한 G8 정상회담장에 대규모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2008년에는 광화문 공사 현장에 가림막으로 설치된 ‘광화문에 뜬 달’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작가는 그림을 그릴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편지를 통해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갖고 싶은 것,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물건 등을 마음껏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실무자인 이정렬 씨는 “희망의 벽 설치를 염원하는 병원 임직원들의 정성이 이번 선정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강 작가의 의도이고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재단이 제작과 설치에 따른 모든 소요비용을 후원할 예정인 가운데 ‘희망의 벽’ 설치공사는 다음달 1일 시작되며, 같은 달 26일 송시헌 원장 등 병원 간부진과 양현재단 관계자, 강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전국의 병원들 가운데 최초로 세계적인 미술가와 함께 의미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작품 일부로 영구보존될 어린이들의 그림 3000점을 수집하기 위해 입원 중인 어린이들과 직원 자녀, 대전지역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을 통해 그림을 기증받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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