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노조 불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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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험회사의 보험모집인은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부는 서울 두개 구청이 "보험모집인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 고 질의한 데 대해 30일 이같은 답변을 보냈다.

이들 구청은 보험설계사들의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한 뒤 노동부에 질의서를 보냈었다. 노동부의 유권해석으로 보험설계사들의 노조 설립은 일단 무산된 셈이다.

그러나 노조(준비위)측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법적 대응은 물론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전국보험모집인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이며 전국보험산업노조는 한국노총 산하다.

더구나 보험모집인의 숫자는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할 경우 한국의 최대 노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 노동부 해석=이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는 판단 근거로 "사업주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지 않다" 는 점을 꼽았다.

노동조합법 제2조는 '근로자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라고 돼 있다. 규정이 다소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사안별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3년 5월 판례에서 근로자의 요건으로 ▶사용자와 근로 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이 있을 것▶보수의 노무 대가성이 존재할 것▶사용종속 관계가 있어야 할 것을 적시했다.

이를 근거로 노동부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사업주로부터 출.퇴근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근무장소에 대한 제한이 없고▶회사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 없이 각자의 재량과 능력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며▶지급받는 수당 역시 실적에 연동되고 있어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 는 판단을 내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또 "겸업이 가능해 특정 회사에 전속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감안했다" 고 밝혔다.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와의 차별성도 거론됐다.

노동부는 "노조 설립이 인가된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과 학습지 교사는 ▶활동장소가 정해져 있어 근무장소가 통제되며▶회사가 정한 기준에 위반한 경우 제재를 받고▶회사에 전속돼 있어 다르다" 고 말했다.

◇ 노조 입장=노조측은 "아침.저녁으로 업무교육을 받으며, 결근하면 일당을 못받고 일정 횟수 지각하면 결근으로 처리되는 등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근로자" 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동안 개인사업자로 묶여 회사측의 부당해고와 불합리한 근로행태, 비인간적 대우에도 아무 대응을 못했다" 며 "설립 인가가 날 때까지 투쟁하겠다" 고 밝혔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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