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여자 나혜석' 산울림 장기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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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여자도 인간이다.

남자는 정조를 지키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만 정조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1920-30년대 가부장적 사회에서 당당히 여권을 주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 그가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산울림 소극장이 연말까지 장기공연중인 '불꽃의 여자-나혜석' . '위기의 여자' '담배 피우는 여자' 등 여성연극의 산실인 산울림의 개관 15주년 기념 공연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나혜석 연구가인 유진월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산울림 예술감독인 연출자 채윤일씨의 이번 작품은 자칫 신파조로 기울 수 있는 소재를 깔끔하게 완성시켰다.

연출자는 "온몸으로 고루한 조선사회에 항거한 나혜석의 삶과 죽음은 비극적 인간으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연극은 '위대한 인간' 나혜석 보다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나혜석을 그렸다" 고 설명했다.

'아이는 에미의 살점을 떼어먹는 악마' 라고 분노하던 나혜석이 이혼후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대목은 '인간 나혜석' 과 '여성 나혜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실감있게 그려냈다.

나혜석 역을 맡은 신인 박호영씨는 시종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어조로 극을 이끌었다.

남편 김우영 역에 안석환, 최린 역에 전국환씨가 출연한다.

연말까지 오후 7시. 수, 금, 토 오후 3시 추가.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02-334-5915.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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