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준법 불감증' 지적 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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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정감사, 북.미 수교협상, 신용금고 불법대출과 금감원 비리 등이 비중있게 보도되었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칼럼 소재로 여전히 인기를 누린 한 주였다.

준법 불감증과 무분별한 '제몫 찾기' 가 만연한 현실에 대응해 10월 23일 시작한 기획연재 '시민이 주인 되자' 는 자원봉사와 함께 중앙일보의 공동체 지향성을 반영한 시도로서 돋보였다.

독자의 과반수가 아파트 거주자인 점에 비추어 첫 소재로 '더불어 사는 아파트' 를 선택한 것도 적절했다.

법치와 질서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주인 만큼 비단 기획특집뿐 아니라 사설이나 보도기사에서도 그러한 시각과 비전을 일관되게, 그리고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고려대 학생회의 YS 강의 봉쇄, 반(反)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시위 과정의 폭력과 지하철 집단 무임승차,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 연가 등에 관한 보도는 아쉬움을 남겼다.

*** 비판.反비판 고루 실어야

러브호텔 분쟁 기사들도 난립을 반대하는측에 편향된 시각에서 작성ㆍ편집된 느낌이 들었다. 호텔 투숙객의 차량 출입을 감시하고 차량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야만적인 행위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없었다.

전면을 할애한 기획특집(10월 27일자 27면)에도 반대측 주장과 인터뷰만 게재하고, 고양시의 실무적인 애로사항이나 건축주의 항변은 거의 소개하지 않았다.

자칫 목적에 의한 수단의 정당화나 '모든 게 네탓' 식의 마녀사냥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두차례의 사설(10월 21일과 25일자)에서 한나라당의 검찰총장 탄핵소추 발의에 반발하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꾸짖은 것은 시의적절했다.

다만 이번 탄핵소추 발의가 위법이라는 특별기고(10월 25일자 7면)와 적법하다는 시론(10월 26일자 7면)은 법학교수끼리의 논쟁으로 흥미를 끌었으나 양자의 논점이 전혀 다른 측면에서 조명돼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전자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상 검찰총장은 탄핵소추 대상이 아님을 강조했고 후자는 탄핵소추 요건의 구체성과 엄격성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총장은 탄핵소추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검찰청법 37조의 반대해석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외규장각 도서' 입장 통일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에 관해서는 보도의 비중과 심층성이 미흡했고 내부에서조차 상반된 시각을 표출하기도 했다.

분수대 '외규장각 도서' (10월 21일자 6면)는 맞교환 외에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데스크 포커스 '시라크의 외교적 수사' (10월 23일자 5면)는 지난 7월 24일자 사설과 마찬가지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11월 초순에 마무리 협상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문제에 관해서는 심층분석을 통해 내부 입장을 정리하고 여론을 환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상은 일본 등에 반출된 해외문화재 7만5천여점의 반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흡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우면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약탈자의 비도덕성을 줄기차게 홍보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힘의 논리에만 좌우되던 국제법도 점차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추세이며 약탈 문화재의 반환운동도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지 않은가.

독일.벨기에.호주 등이 문화재를 반환한 선례도 있다. 자의적인 시한에 쫓긴 졸속 협상으로 후세의 '선택 가치(option value)' 를 박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칼럼 '노벨상 다 기뻐할 방법' (10월 24일자 6면)과 중앙포럼 '노벨 평화상을 뛰어넘어' (10월 26일자 6면)는 金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대승적인 리더십과 한차원 높은 정국 운영을 촉구했다.

또 다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의 입국에 대한 정부의 반대가 평화상 수상에 걸맞지 않은 옹색한 조치임을 지적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는 질의만 소개하고 답변은 없거나 눈길을 끄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1회성 보도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적사항과 후속조치에 대한 공론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국정감사 특집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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