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록 밴드 U2 앨범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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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메시지가 담긴 가사와 비트 강한 사운드로 1980년대 영국의 록 음악을 이끌어온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록 밴드 U2가 최근 9집 정규앨범 '올 댓 유 캔트 리브 비하인드. ' (당신이 남겨둘 수 없는 모든 것)를 선보였다.

25년동안 꾸준히 음악활동을 펼쳐온 그들의 이력에 걸맞게 이번 음반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보노 휴슨과 멤버들의 원숙함이 담겨 있다.

전작들보다 더 따뜻해진 음악은 이들이 보편적인 인간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도 끌어내고 있다.

첫 곡 '뷰티풀 데이' 는 멤버들 스스로 멋진 곡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노 특유의 애수가 깔린 보컬에 아련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의 멜로디와 코러스가 귀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곡이다.

'뷰티풀 데이' 는 길 위에 서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현대인이 느끼는 암울함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들은 "아름다운 날들을 그냥 흘러가게 해서는 안된다" 고 노래한다.

U2의 초창기를 연상케하는 '워크 언' 역시 보노의 애틋한 목소리와 멤버들의 농익은 Я?솜씨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그윽한 맛을 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

이 앨범은 4년만에 선보이는 음반.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최고' 라고 자평할 만큼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광산 노동자들의 애환과 마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종교를 가지고서도 사랑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을 바라보는 자신들의 시각을 노래에 담아온 U2는 특히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87년에 발표한 앨범 '죠수아 트리' 가 U2의 대표적인 음반으로 꼽히다.

그들은 여전히 이 세상의 어둡고 서글픈 상황에 눈을 감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기타 현을 한 올씩 정성들여 연주하듯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

음반의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그레이스' 에서 그들은 만물로부터 선함을 찾아내는 존재 '그레이스' 를 나직이 노래하고 있다.

모든 얼룩을 덮어버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그레이스' . 그것이 바로 U2가 음악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음악에서 그 '그레이스' 를 우리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음악을 듣는 이가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권리일 것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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