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택’ 오피스텔, 세금 문제가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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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준주택’ 개념 도입으로 오피스텔의 사업성은 좋아지지만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만만찮을 것 같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오피스텔촌.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매매가 9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모(46)씨는 최근 걱정이 생겼다. 인근에 보유한 2억원짜리 오피스텔을 임대 중인데 ‘준주택’ 제도가 도입되면 오피스텔이 주택에 포함돼 2주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집을 팔려는 조씨는 2주택자가 되면 양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고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피스텔을 처분할까 고민 중이다.

국토해양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내놓은 ‘준주택’제도가 오피스텔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주거기능이 있는 오피스텔·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규정해 바닥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주거용으로 분류되면서 세금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준주택 오피스텔 1주택 간주되나=세제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어떤 오피스텔이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무조건 주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임대한 오피스텔이 주거용이라는 점이 밝혀지면 지금도 기존 주택을 팔 때 세금을 중과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준주택 개념의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장병채 사무관은 “지금까지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주거사실 입증이 어려워 대부분 업무용으로 과세했다”면서 “하지만 준주택이 주거용이란 점이 명확하므로 주택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사무실로 쓰는 경우에는 소명이 되면 업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국토부도 이견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주택이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고 사실상 주택인 만큼 세금도 1주택 기준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쉽게 말해 주거용으로 쓰다 걸리면 주택으로 간주되는 게 현재의 오피스텔 세금 부과 방식이라면, 준주택은 사실상 주거시설이라는 것을 전제로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거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간주되면 세금 부담은 커진다.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단계의 세금 및 양도세 등 처분 과정의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오피스텔로 인해 다주택자가 될 경우 올해까지로 예정된 일시적 양도세 감면 혜택 기간이 지나면 내년부터 50~60% 중과되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2억5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세 주고 있는 사람이 10억원짜리 보유 주택을 내년 4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판다고 가정해보자. 오피스텔이 업무용으로 인정되면 200만원 정도의 양도세를 내지만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간주되면 양도세를 2억원 이상 물어야 한다.

◆준주택 매매 활성화 어려울 듯=문제는 기존 오피스텔이다. 오래 전부터 주거용과 업무용을 나눠 세금을 매기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준주택 개념의 오피스텔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간주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기존 오피스텔을 주거용·업무용으로 분류하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기존 오피스텔에 대한 과세는 지금과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준주택 오피스텔 매입자들은 기존 오피스텔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도심의 주택 대체시설을 늘리기 위해 오피스텔 같은 준주택 시설을 장려키로 했지만 실제 거래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 팀장은 “세금 부담 때문에 투자자들이 준주택 오피스텔 매입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고 기존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도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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