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LG꺾어 '승부 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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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딱!"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밤하늘을 가르는 흰 공을 바라보며 '천하장사' 심정수(두산)는 오른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는 없었다.

플레이오프 9타수 무안타라는 어둠의 터널 속에서 들어선 열번째 타석에서 심정수는 팀에 가장 필요한 대포를 쏘아올렸다.

두산이 25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심정수의 결승 3점 홈런과 선발 조계현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워 LG를 5 - 1로 따돌리고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심정수는 플레이오프 3차전 동안 9타수 무안타라는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반면 중학교 시절부터 '서울 대포 삼총사' 로 꼽히는 김동주(두산)와 김재현(LG)은 각각 1차전과 3차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려 체면도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그러나 절망은 없었다.1회말에 터진 심정수의 3점 홈런은 이날의 승부를 두산쪽으로 돌리기에 충분한 한방이었다.

'팔색조' 조계현(36)의 투구도 눈부셨다.지난해 삼성에서 1승도 못올리고 연봉을 절반으로 깎이는 수모 속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조는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낮게 깔리는 변화구로 LG 타선을 고비 때마다 범타로 유도했다.

조는 6과3분의 2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버텼다.완벽한 승리였다.

1996년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4년 만에 맛보는 '가을의 승리' 였다.

두산은 4회말 김민호-정수근 콤비의 멋진 런 앤드 히트 성공으로 1점을 추가하고 6회말에는 다친 손가락을 붕대로 싸맨 채 투혼을 발휘한 김동주의 적시타로 5 - 0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5차전은 26일 오후 6시 구자운(두산)-최향남(LG)의 맞대결로 벌어진다.

이태일.심재우.최민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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