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찬공기 데운 선수들의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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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스산한 가을비가 지나간 잠실의 10월 밤 공기는 차가웠다. 바람마저 부는 탓에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느껴져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서울 라이벌' 두 팀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잠실벌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3회말 두산 공격. 원아웃 상태에서 2루에 김동주, 1루에 심정수가 나가 있었다. 둘의 몸무게를 합치면 너끈히 2백㎏이 넘는다.

그러나 타자 홍성흔의 볼카운트 2-2에서 두 거구는 과감히 더블 스틸을 감행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는 '코뿔소' 김동주의 몸동작은 이 순간만큼은 날렵하기 그지 없었다.

과감한 슬라이딩으로 3루에서 세이프.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그는 부상으로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화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LG의 '갈색 신사' 데니 해리거가 투혼을 발휘했다. 온순한 성품이지만 마운드에 서면 어느새 파이터로 변하는 그는 홍성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음 타자는 안경현. 6구에서 안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의 방향은 해리거의 머리쪽. 움찔하던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글러브로 공을 막았다.

타구는 유격수 방면으로 흘러 안경현은 아웃됐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해리거의 정면 돌파는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게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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