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품 한국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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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스의 경우 고대부터 19세기초까지의 미술은 루브르 박물관, 19세기의 미술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20세기의 현대 미술은 퐁피두센터 안에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나누어 소장, 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덕수궁 국립 현대미술관 분관에서 열리는 '인상파와 근대미술' 전은 오르세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작품 가운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19세기 유럽의 유화.드로잉.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밀레의 '이삭줍기' 는 전원 풍경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잘 묘사한 작품이다.

밀레가 이 그림을 완성한 19세기 중반 무렵에는 프랑스 사회가 공업화되면서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농촌의 생활은 문학, 미술 등의 분야에서 주목을 받으며 건강한 원시성과 재생력의 상징으로 해석되었다.

밀레 이전 세대의 작가들이 신화 속의 인물들이나 영웅의 이야기 등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 후로는 작가들의 주변 실제 생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이 화가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러한 사실주의적인 태도는 마네.모네.르느와르.드가 등의 인상파 화가들로 이어진다.

밀레의 '키질하는 농부' , 르노와르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 ,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 , 툴르즈-로트렉의 '사창가의 여인' 등은 이전 같으면 그림의 주인공으로 채택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모네의 '생-라자르 역' 은 인상파 화가들이 관심을 갖던 대기 속의 빛의 효과에 의해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대상의 모습을 파악하려고 한 작품이다.

모네는 인상파의 중심 화가로서 '인상파' 란 이름도 1874년에 열린 인상파 화가들의 첫 번째 전시에 그가 출품한 '해돋이, 인상' 이라는 작품에서 유래하였다.

1886년 여덟 번째인 마지막 인상파 전시회가 열릴 무렵에는 인상파의 업적이 쇠라.시냑과 세잔.반 고흐.고갱 등에 의해 소화되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이들의 활동은 20세기의 서양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 출품된 쇠라의 '푸른 옷의 농촌 아이' 와 피사로의 '빨래 너는 여인' 은 신인상파의 분할주의 기법을 보여주며, 반 고흐의 '몽마르트의 술집' 과 '생-레미의 생-폴 정신병원' 은 각각 반 고흐가 파리에서 인상파들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점차 화면이 밝아지는 단계와 나중에 아를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한 작품 사이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전시는 인상파와 근대 미술의 전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각 작가들을 대표하는 대규모 작품들이 출품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계훈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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