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창당 10년 토론회 … 반성 목소리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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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30일에 창당 10주년을 맞는다. 민노당은 2000년 1월 노동자·농민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얻으며 원내에 진출, 진보정당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을 유행시킨 것도 민노당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의석 수는 절반(지역구 의원 2명, 비례대표 3명)으로 줄어들었고, 당의 간판 격이던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등은 당을 떠나 진보신당을 차렸다.

26일 민노당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창당 10주년 기념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 부설 연구기관인 새세상연구소의 최규엽 소장은 토론회 발제문에서 “창당정신을 잃어 버리고 개인 출세주의가 발호하면서 당보다는 자신을 생각하는 풍토가 깊어져 결국 분당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 후 당내에서 불거진 평등계열(PD)과 자주계열(NL) 간의 ‘종북(從北)주의’ 논란이 분당으로까지 치달은 걸 가리킨 것이다. 최 소장은 그러나 “자주파와 평등파는 처음부터 노선 차이를 알고 당 활동을 같이 시작했다”며 “노선 차이가 집단 탈당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장원섭 당 중앙위원도 “집단 탈당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2004년 같은 성공신화를 거두지 못하자 조급증에 빠진 소수가 당원을 무차별 선동한 데서 생긴 일”이라고 거들었다.

민노당이 대안 정당으로 안착하기엔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창당 후 어젠다 형성도, 구체적 민생문제 해결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며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순간 제도정당이 됐지만 ‘운동’에 치중할 뿐 ‘정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영태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도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져 담론과 중장기 대안 외에 생활정치가 없었다”며 “당원과 서민들에게 변변히 내놓을 선물 하나 없었던 꼴”이라고 말했다.

제언도 많았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민노당은 그동안 소수자·약자의 문제를 가장 열심히 천착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한 그룹 중 하나”라며 “재도약을 위해 제일 필요한 덕목은 환부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민노당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비해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 받는 정치인이 없다”며 “유럽 사민주의 정당처럼 당내 리더십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또 진보신당과의 재통합을 민노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최 소장은 “진보 진영은 적대적 경쟁을 지양하고 진보대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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