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계획은 91년부터 수차례 보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가 기밀 유출'논란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의 정문헌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기자실의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이 지난 4일 통일부 국감 때 '북한 급변사태 시 정부의 비상계획'(충무계획)의 내용을 일부 언급한 게 "무책임한 국헌 문란 행위"라는 여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정 의원은 먼저 "여당이 그토록 중대한 비밀임을 강조하는 '충무계획'은 이미 1991년부터 수차례 이상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충실히 보도돼 왔다"며 당시 관련 기사들을 공개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도 13년 전부터 충무계획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비밀이 유출됐다고 야단법석이라면 북한에서 얼마나 비웃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통일부는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충무 3300' '충무 9000'이라는 용어가 적힌 공개 답변 자료를 보내왔으며 여기에는 '응전 자유화 계획'이라고 명기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질의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충무 9000 계획은 통일부 주관이며 현재 충분히 보완.발전시키고 있다'고 답변한 만큼 여당 논리대로라면 정 장관도 기밀을 유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날 정 의원과 '북한 장사정포에 의한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공개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 등 2명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강수를 뒀다. 이부영 의장은 "해당 부처가 두 의원을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한나라당도 정.박 두 의원을 '스파이'라고 비난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안영근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며 기세싸움을 벌였다.

정면 충돌로 치닫던 여야는 이날 오후 천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간의 회담을 통해 타협의 전기를 마련했다. 두 사람은 회담 후 ▶양당이 협력해 국감이 정책 국감이 되도록 하고 정부에 대해서도 이에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국회 운영에서 대립.정쟁을 지양하고 대화.토론으로 합의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2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회담에 배석한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여당은 윤리위 제소가 형사고발로 확대되지 않도록 약속하는 대신 야당은 지나친 이념공세를 국감에서 자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가기밀 국회 제출 거부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국감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원활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기존처럼 비공개 조건이 보장된다면 정부가 기밀자료도 제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도 회담장을 나가면서 "앞으로 정치권이 좀 쿨 다운(cool down, 흥분을 가라앉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