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바닥 난방 규모 상관없이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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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여당이 강남발 전세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보다 한나라당의 마음이 더 급한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중시를 표방한 마당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세난이 자칫 민심 이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현재 당 정조위 차원에서 검토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정협의를 요청한 상태로 다음 주말쯤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최근의 전세난을 학군 수요와 재개발 이주 수요 등에 따른 국지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주택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특별히 대책을 마련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조사 결과 전세난은 학군 수요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설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부터 서울지역 특목고 입학자격을 서울 중학교 졸업자로 제한한 것이 전세시장 수급을 흔들어 놓은 요인”이라며 “그렇다고 국토부가 교육대책까지 내놓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부는 새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전세시장 안정 대책에 따라 1~2인 가구의 소형주택 수요를 대체할 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29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준주택 제도 도입방안’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선다. ‘준주택’은 주택에 포함되지 않으나 주거기능이 있는 오피스텔, 노인 복지주택, 고시원 등을 말한다.

국토부는 준주택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설 사업자에게 도시형 생활주택 수준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 기존 고시원과 도심 오피스, 근린상가 등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도 준주택 기준에 맞으면 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준주택에는 주택공급규칙과 분양가 상한제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준주택의 주거환경 개선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피난·소음 기준은 종전보다 까다로워진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역세권, 대학가, 산업단지, 오피스 밀집지역 등 1~2인 가구 수요가 많은 상업·준공업지역에도 지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5㎡로 제한돼 있는 오피스텔의 욕실면적 규제와 욕조 설치금지 규제를 폐지하고, 현행 전용 85㎡ 이하에만 허용하고 있는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4월 임시국회를 거쳐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주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더욱 확실히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와 협의해 재개발을 동시다발로 추진하지 않고 시기와 지역을 분산시켰다.

그러나 정부가 종합대책 성격의 추가 대응을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여당이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정부로서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전셋값 급등세가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진다면 주택시장 전체의 안정기조가 흔들릴 수 있어 대책 보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시장 불안을 한번에 잠재울 묘약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고민이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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