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민간포럼'에 초청된 필리핀 장애인 공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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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를 비웃지 말아요. 나도 당신들과 다를 게 없답니다. "

19일 오후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1층 대강당. 'ASEM 민간포럼' 에 초청된 필리핀 장애인 공연팀 '어스세이버스 드림(Earthsavers Dream)' 소속 시각장애인 제이미(23.여)의 가늘고 아름다운 노래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아버지가 화학약품에 노출돼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 팔꿈치 아래쪽이 없는 니오(20)의 춤이 곁들여지자 청중들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시각장애인 리코(20)가 신시사이저로 반주를 넣고 다른 팀원들이 묘기를 펼치면서 축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 공연팀은 5년전 시각.청각 장애인 등 14명이 창설했다. 그동안 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며 노래.춤을 통해 환경보호와 빈곤 타파 등을 외쳤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전하는 세계평화의 메시지는 가는 곳마다 감동을 자아냈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가 대나무에 매달려 춤추는 소아마비 장애인 니키(28)는 "우리 팀이 가족처럼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듯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하나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언어 장애를 극복하고 필리핀 최고의 발레단 '발레 필리핀' 을 졸업한 멜데구스만(32)은 "우리 공연이 많은 이들에게 꿈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며 밝게 웃었다. 세실 알바레즈 대표는 "우리의 메시지가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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