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 신화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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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신생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신경제의 진짜 주역' 이라는 칭송을 받아온 벤처 캐피털리스트(VC)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고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최신호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이 잡지는 VC들이 수익 구조가 확실한 기업보다 겉모습만 그럴 듯 하고 비즈니스 모델은 신통찮은 인터넷 기업 투자에 주력하고, 주가 띄우기에만 골몰함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분석했다.

1998년부터 올 6월까지 인터넷 기업에 투자된 벤처 자금은 6백50억달러. 그러나 포천 집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76개 닷컴기업이 문을 닫는 등 VC들의 실적은 형편없이 저조하다.

미국내 2위 은행 체이스 맨해튼은 벤처 캐피털 부문인 체이스 캐피털 파트너스가 2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봄으로써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지난해 벤처 투자로 3분기에만 3억7천7백만달러 이익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인 실적이다.

포천은 VC들이 유망 사업 아이템을 빨리 잡겠다는 욕심으로 아침에 협상을 시작하면 그날로 투자를 결정해 버리는 등 속전속결 투자방식으로 인해 포트폴리오의 부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의 마진폭.경쟁력 요소.관리팀 역량.잠재적 시장규모 등 투자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대부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포천은 이와 함께 VC들의 투자 행태가 바뀌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매출이라고는 전혀 없는 광통신장비 업체 코비스가 기업을 공개, 단숨에 시가총액 2백억달러의 큰 기업으로 뛰어오르자 광통신 네트워킹 분야에 VC들의 '묻지마 투자' 가 집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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