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방문 폴머 독일 외무차관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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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 정부 대표로는 처음으로 지난 14~16일 북한을 공식 방문했던 루트거 폴머(48.사진)외무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북한의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白南淳)외무상 등과 대화했으며 이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뒤 귀국하는대로 양국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독일 정부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데 걸림돌로 지적해 온 핵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북한은 곧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군비 통제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군축 대화참여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나는 핵실험금지조약 가입과 핵확산금지조약 확인조치 시행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 4월 독일을 방문한 白외무상이 정식 수교를 제의했을 때 우리 정부가 밝힌 다른 두가지 기준(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과 외국 대표자.단체의 자유로운 방북 분위기 조성)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체적으로 충족됐다고 생각한다. "

- 그렇다면 구체적인 수교 일정은.

"개인적으로는 이미 정부에 즉각적인 수교를 건의했지만 독일 정부 내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말할 수 없다.

마침 이 문제에 중요한 결정권을 가진 독일 하원의 한스 울리히 클로제 외무위원장이 야당 대표 등과 함께 곧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

- 독일이 북한과 정식 수교할 경우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ASEM회의 때 유럽연합(EU)국가들간에 북한과의 관계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ASEM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도 분과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

- 최근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인 외교관.세계관의 변화라고 보는가.

"북한이 한국 정부와 관계개선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이라고 느꼈다. 독일 비정부기구(NGO) 구호단체들이 식량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주를 방문해 보니 북한의 식량난은 구조적인 것 같았다.

앞으로도 계속 외국의 식량 및 의료시설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외부세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더 개방해야 할 것이란 뜻이다. 일부 북한 관리들은 이같은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

-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만났나.

"북측에서 면담 대상을 제한했다. "

- 처음 북한을 방문한 소감은.

"북한 사람들은 처음엔 쑥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친절하고 적극적이었다. 모두 열심히 일하는 데도 생활수준은 낮아 보였다. 그냥 산다기 보다 살아남으려고 애쓴다는 인상이었다. "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

"첫날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주최한 만찬에서 내가 金대통령의 수상을 축하하자며 건배를 제의했는데 북한측 참석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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