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두 달 만에 또 대량 리콜 ‘품질 신화’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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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속페달 문제로 대량 리콜(제품 수리를 위한 회수)을 한 도요타자동차가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문제의 부품으로 유럽과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도 리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 차종은 유럽 현지에서 생산된 소형차 ‘코롤라’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AV4’ 등이다. 캐나다에서 리콜을 검토하고 있는 차량은 미국에서 전량 회수해 수리해 주기로 한 차량과 같은 차종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도요타의 리콜 조치가 잇따르자 “품질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도요타의 리콜은 지난해 말부터 줄을 잇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차량의 운전석 매트가 가속페달에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상 최대인 426만 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이 리콜은 앞서 8월에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가속페달이 매트에 걸려 차량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면서 4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단이 됐다. 도요타는 처음엔 결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에서 여론이 나빠지자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프리우스·캠리 등 8개 차종의 엑셀페달을 모두 무상으로 교환해줬다. 하지만 도요타는 “어디까지나 부품 개선 차원에서 교환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1일엔 “가속페달이 잠기는 현상이 우려된다”며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230만 대를 또다시 리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페달의 설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논란이 된 품질 결함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이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온라인 속보를 통해 “도요타가 갖고 있던 ‘안전과 고품질의 리더’라는 이미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내세우면서 2008년부터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 도요타가 기술력에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은 비용삭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도요타는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경쟁하면서 100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하는 등 생산 능력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의 충격으로 생산 규모를 급격히 줄이고, 부품을 공통화하면서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강화하면서 품질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도 품질 신화가 흔들리는 배경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지적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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